특별기고를 기획했다. 최근 새로 시작한 비즈니스 때문에 예전부터 쓰고자 했던 글들을 한참 묻어두었는데, 이제서야 잠깐이나마 짬이 나서. 아마 나중에 계속 수정을 할 지 모르지만, 일단 이 초고를 여기에라도 올려서 누군가가 볼 수 있도록 한다.
1. 들어가며- ‘발명’ vs. ‘발견’, 당신은 제대로 구별할 수 있는가?
“인류 역사는 발명의 역사다”라고 흔히들 말한다. 불의 사용, 바퀴,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인공지능(AI)까지—수많은 ‘발명품’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고 배워왔다. 때로는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이 놀라운 기술은 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 위대한 창조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정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걸까? “이미 자연(혹은 우주)에 존재하던 원리를, 인간이 해석하거나 조합해낸 것”은 아닐까?
예를 들면 불은 본래부터 번개나 화산활동 등으로 이미 존재해왔다. 바퀴의 원리는 ‘원을 굴리면 마찰이 줄어 이동이 쉬워진다’는 기본 물리 법칙 위에 세워졌다. 전기도 번개나 정전기 등을 통해 이미 자연 속에 늘 존재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발명”이라는 말이 다소 착각을 불러일으키는게 아닐까.
사실은 원래 있던 것을 ‘찾아낸 것(Discovery)’인데, 사람들이 그걸 거창하게 “발명(Invention)”이라 불러왔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글의 1부에서는 이런 “발명 vs. 발견” 논쟁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본다. 먼저 역사를 간단히 돌아보면서, 얼마나 “있던 걸 발견한 것”을 “새로 만든 것”으로 착각했는지 살펴본다. 이어서 일상 속 예들을 통해, 1+1=2 같은 기본 수학 개념조차도 사실은 세상을 관통하는 거대한 법칙의 한 단면임을 짚어본다.
읽다 보면 “오, 그럴듯한데?”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고, “그래도 발명은 발명이다”라며 반박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괜찮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인류가 생각하는 창조라는 게 무엇이고, 그 창조가 사실 얼마나 이미 존재하던 것과 얽혀 있는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마주하게 될 거다.... 아마도?
아마 그렇게 되면 이 글의 절반은 성공이다.
2. ‘발견’의 대표적인 사례, 불과 바퀴에 대한 단상
거창한 얘기로 들어가기 전에, 가장 익숙한 두 가지 예시를 꺼내보겠다. 바로 불(fire)과 바퀴(wheel).
2.1. 불
역사 수업시간에 “불을 처음 발견한 인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거다. “원시인들이 우연히 번개로 불 붙은 나무를 보고, 그걸 통제하려 했고, 이후 마찰열을 이용해 스스로 불을 만드는 기술을 터득했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걸 “발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불 자체는 우주가 생겨난 이래로 계속 존재해왔다. 지구상에서도 인간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화산 폭발, 번개, 자연발화 등으로 불이 늘 있었다.
인간은 자연현상을 관찰하다가 “이걸 잘 이용하면 따뜻해지고 음식도 익힐 수 있겠네”라고 깨달았다. 그리고 마찰이라는 물리적 현상(이 또한 이미 우주에 있던 원리)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발견’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자연 속에 편재하던 불이라는 현상의 사용 매뉴얼을 알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이 그 매뉴얼을 체계화하고 기술로 발전시켰으니, 문화사적으로는 중요한 ‘발명’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불이 완전히 인간 손에서 새로 태어난 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2.2. 바퀴
바퀴는 어떤가? (바퀴벌레 말고)
흔히 “인류 문명 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고 말한다. “둥근 물체를 사용하면 물건을 쉽게 굴릴 수 있고 마찰이 줄어 효율이 엄청나게 오른다”는 걸 교과서에서 배운다.
하지만 “둥근 물체가 굴러간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우주가 지닌 물리 법칙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중력, 물체의 형상, 마찰계수 등은 이미 있었고, 인간은 그걸 ‘눈치채서’ ‘응용’했다.
만약 바퀴가 정말 세상에 없던 기하학적 구조를 뚝딱 만들어낸 거라면 이상할 거다. 지구상에 둥근 돌멩이, 깎여나간 조약돌 같은 건 이미 있었을 테고, 비탈길에서 돌멩이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장면을 수도 없이 봤을 텐데, 그걸 체계화해 운송 기술로 발전시킨 게 바로 ‘발명’이다.
즉, 바퀴 또한 존재하던 물리현상을 ‘발견하고, 형상화하고, 체계화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완전한 무(無)에서의 창작이라고 보긴 어렵다.
불과 바퀴 사례만 봐도, “발명”이라는 말에 내포된 뉘앙스가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원래 있던 걸 가져다, 인간이 쓰기 좋게 가공한 것”이 실제 모습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3. 수학의 근본을 말한다. 1+1=2가 품은 기적
이번엔 조금 더 추상적인 얘기로 넘어가겠다. “1+1=2” 같은 기본적인 수학 원리에 대한 이야기다.
3.1. 1+1=2는 인간이 만든 것인가?
수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1+1=2”가 뭔가를 ‘만들어낸’ 것 같진 않다는 느낌은 다들 갖고 있을 거다. 그냥 너무 당연해서, 누가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인간이 문자를 만들기 전부터 자연계에는 ‘개수’라는 개념이 있었다. 사과 한 개와 또 한 개가 있으면 총 두 개가 된다는 사실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진실이다. 심지어 동물들도 어느 정도 ‘수량 구분’을 본능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물론 정교함은 종마다 다르지만).
즉, 1+1=2라는 공식 자체는 우주 어딘가에 새겨져 있었고, 인간은 그걸 “심볼로 표기”했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수학을 만들어냈다”는 말도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주의 규칙을 문자로 적어 해석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2. 이 간단한 진리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파급효과
그렇다면 1+1=2는 왜 이렇게 중요할까? 사실 이 연산은 모든 계산과 논리의 기반이다.
화학에서 원자 몇 개를 결합해 분자가 되고, 분자가 또 결합해 물질이 되는 과정에도 기본적인 ‘수적 합’의 법칙이 깔려 있다.
경제학에서 돈 1달러와 또 1달러가 합쳐져 2달러가 된다는 건 너무 당연해 보여도, 이 당연함이 없으면 화폐나 거래 질서가 성립하기 어렵다.
건물을 짓거나 땅을 측량할 때도 길이 1m와 1m를 더해 2m로 잰다는 개념이 없으면 인프라를 계획할 방법이 없다.
즉, 1+1=2라는 질서가 없었으면 인류 문명 전반이 무너지거나 아예 생기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인류가 만든 수학”이라기보다, “이 우주가 가진 필연적 구조를 (문자로) 번역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인공지능의 매트릭스 연산이나 미분방정식 등도 사실 같은 맥락이다. 복잡한 알고리즘 뒤에는 항상 숫자를 다루는 기초 수리 체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4. ‘우리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는 착각
우리는 “인간이 모든 걸 창조한다”는 언어적·문화적 프레임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인간의 ‘창조 행위’ 대부분은 이미 우주에 존재해온 요소들을 “재조합”하는 과정에 가깝다.
예를 들어 디지털 신호를 전압 차이로 0과 1을 구분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전압, 전류, 반도체의 특성(트랜지스터 작동 방식) 등은 인간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자연의 전자기학 법칙을 파고들어, 그 법칙에 맞춰 물질을 가공한 결과다. 실리콘이라는 물질이 P형, N형 반도체로 도핑돼 특정 방식으로 전류가 흐르게 되는 현상도 자연이 이미 허락한 범위 안에서만 일어난다.
비유하자면,
“자연(우주)은 어마어마한 악기 세트 같고, 인간은 그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하나둘씩 터득해가는 음악가 같다.”
이미 존재하는 악기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주해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낼 순 있다. 하지만 악기와 음정, 주파수의 조합 가능성 자체는 원래부터 ‘거기’ 있었다.
5. 인공지능은 ‘최첨단 발명’인가, ‘우연히 찾은 열쇠’인가?
이제 인공지능(AI)에 대해 직접 얘기해보겠다. 흔히 신문 기사나 논문에서는 인공지능을 “21세기의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칭송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관점으로 보면, AI는 인간이 무에서 창조한 게 아니라 우주에 본래 존재하던 수학적·논리적 잠재력을 ‘발견하고 구현’한 것에 가깝다.
인공지능의 핵심 알고리즘인 기계학습, 딥러닝 등은 확률론, 미적분, 선형대수학, 정보이론 같은 오래된 수학적 법칙을 기반으로 한다. 이 법칙들은 우주의 시작부터 존재했다.
컴퓨터 하드웨어(트랜지스터, 회로 설계) 역시 전자기학 원리를 ‘조립’한 것이고, 이것 또한 자연에 이미 깔려 있던 물리법칙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등장은 “우리가 뒤늦게야 수학의 보물창고 문을 열어젖힌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드디어 그 문을 열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6. 발견에 대한 겸손과 책임
이렇다고 해서 인간이 하찮다는 뜻은 아니다. 우주의 조그만 한 부분에 불과한 생명체가 엄청나게 복잡한 자연의 규칙을 관찰하고, 거기에 맞춰 기술을 (재)조합하는 건 충분히 경이롭다.
다만 우리는 ‘창조자’라기보다는 ‘발견자·해석자·응용자’에 가깝다.
이 사실을 자각하면 오히려 더 겸손해질 수 있다. “세상 만물이 인간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정해진(혹은 펼쳐진) 규칙 안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동시에, 이미 존재하는 규칙을 잘못 다루거나 위험하게 활용하면 그 책임도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된다. “원자핵 분열”이라는 자연현상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한 뒤, 원자력 발전소와 핵무기가 인류 앞에 놓인 양날의 검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응용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미래적 파급력이 천차만별일 거다. 이미 ‘있는’ 수학적·물리적 질서라도, 그 열매를 따서 어떻게 먹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7. 철근과 콘크리트 ‘공명수’
글 앞부분에서 잠깐 언급했던 철근과 콘크리트의 공명수나 진동수 얘기를 다시 꺼내보겠다.
건축 분야에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설계할 때, 재료의 고유진동수(혹은 공명주파수)를 고려한다. 두 재료가 조화를 이뤄야 안전하고 오래가는 구조물이 된다.
이때 나타나는 공명, 진동, 응력 분산 같은 물리적 상호작용은 이미 자연에 존재하던 현상이다. 인간은 실험과 이론을 통해 “이 재료와 저 재료를 이렇게 결합하면 진동을 잘 흡수하고 구조적으로 안정되겠군”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걸 교량이나 건물 등에 응용했다.
즉, 원래 있던 물리법칙과 재료 특성을 ‘찾아낸 것’이라는 얘기다. “사람이 저 마법 같은 현상을 갑자기 발명했다”가 아니라는 점이 다시 확인된다.
8. ‘발견’이 주는 새로운 시선, 미래로 가는 첫걸음
이런 관점이 왜 중요할까? 단순 말장난일까? 사실 이 시선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꽤 유용하다. “내가 모든 걸 만들어냈다”는 자만심에 빠지면, 기술 발전과 활용 과정에서 생길 위험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또한 진짜 새로운 원리를 찾아내는 데 눈이 흐려질 수 있다.
반대로 “우리는 거대한 우주의 가능성 중 극히 일부만 발견한 것”이라는 겸손함을 가지면,
- 아직 모르는 원리와 법칙이 무궁무진함을 인정하게 된다.
- 항상 열린 자세로 더 큰 발견을 추구하게 된다.
- 그 과정을 사회적·윤리적으로 어떻게 관리할지도 생각하게 된다.
인공지능 급발전이 주는 도전도 이와 비슷하다. “AI가 어디까지 가능성을 펼칠까?”—수학적·물리적 원리만 놓고 보면 무궁무진해 보이지만, 그중 어떤 방향의 응용이 인류의 미래를 행복하게 하고 어떤 건 재앙으로 이끌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9.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이쯤 되면 “그렇다면 인간의 창의성은 모두 착각인가? 이미 우주가 다 만들어놨다면 예술이나 혁신 같은 건 무슨 의미지?”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발견’ 자체가 창의적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단순히 “책에 쓰인 답을 그대로 읽는” 수동적 의미의 발견이 아니라, 방대한 우주의 가능성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조합해 어떤 맥락에서 유용하게 구현할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게 바로 창의성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음악에도 이미 12음계(또는 다른 음계), 박자와 리듬 등 물리적·수학적 구조가 주어져 있다. 하지만 작곡가는 그 안에서 전혀 다른 멜로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원래 있던 음정의 세계”에서 “새로운 패턴을 찾아내고 아름답게 편성하는 것”이 예술이다.
인공지능 예술 창작도 비슷하다. AI는 데이터(이미 존재하는 패턴)에서 학습해 새 이미지를 만들거나 소설을 쓴다. 이 역시 “원래 있던 방대한 ‘패턴의 우주’에서 새로운 맥락을 조합해내는 과정”이다. 다만 그 조합 폭과 속도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방대해 보이니 우리는 경이롭게 느끼는 거다.
10. 마무리-1부를 정리하며
정리하면, 이번 1부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은 이렇다.
- 인간이 ‘발명’이라 부르는 것들은 상당 부분 ‘이미 존재하던 현상’ 혹은 ‘자연의 법칙’을 해석·조합한 결과물일 수 있다.
- 1+1=2 같은 기본 수학 원리에서부터 불과 바퀴 같은 고전적 혁신, 그리고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까지, 우주가 품고 있던 무한한 가능성 일부를 인간이 ‘발견’해 온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 이는 인간 노력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주의 일부로서 얼마나 정교하고 경이로운 탐색을 해왔는지 상기시킨다. 동시에 남은 가능성이 얼마나 광대한지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도 함께 준다.
-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인류가 만든 최첨단 발명품”이 아니라, “이미 준비돼 있던 수학·물리의 비밀스러운 문을 열고 거기서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낸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은 앞으로도 계속 열릴 거다.
- 우리는 아직 우주의 극히 일부만 이해하고 있으며, 더 많은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에필로그: 다음 부로 이어지는 생각들
이렇게 1부를 마무리하며, 2부가 궁금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는 정말 수학인가? 물리학인가?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있는 건가?”—2부에서는 수학 세계와 물리적 실제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거기서 인공지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좀 더 깊이 들어가볼 예정이다.
1부에서 말한 “발명과 발견 사이 경계가 애매하다”는 주제는, 2부에서 “수학이 정말로 세계의 본질을 전부 설명해줄 수 있나?”라는 질문과 맞물리며 더 다채롭게 전개될 거다. 피타고라스 학파, 뉴턴, 아인슈타인 등의 전통적 사상부터, 현대 과학에서 다루는 양자역학이나 정보 이론 같은 분야도 잠깐씩 엿볼 거다.
혹시 지금 “2부 내용이 너무 궁금한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호기심은 당연하다. 이 테마가 워낙 광대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은 여기서 잠시 멈추고, “아, 발명품이라고 부르는 게 사실은 발견된 것이었구나. 인공지능도 그중 하나겠네”라는 깨달음을 잠깐 곱씹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참고로, “인간은 우주가 이미 마련해놓은 것을 발견해낼 뿐”이라는 관점은 전통 과학철학이나 형이상학에서도 오래된 논쟁을 품고 있다. “수학은 발견이냐 발명이냐” 논쟁, “현실주의 vs. 개념주의” 같은 철학적 주제를 여기서 다 다루긴 어렵지만, 우리는 그 연장선 어딘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오늘 점심 메뉴는 뭘로 할까? 사실 그 재료와 레시피도 자연에 이미 있던 거네?” 같은 식으로 일상에 적용해봐도 재밌다. 순간순간 “아, 이거 내가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걸 조합한 거구나”라고 느끼면 세상을 좀 더 유연하게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발명’은 사실 ‘발견’이자 ‘재조합’이었다.
- 그럼에도 인간의 창의성은 빛난다. 무한한 가능성 중에 무엇을 어떻게 발견·응용할지는 인간의 몫이니까.
- 1부에서는 이를 불, 바퀴, 1+1=2 등을 통해 확인했다.
- 2부에서는 “수학이 정말로 우주의 근본 원리인지”라는 테마로 좀 더 들어가려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은 김에, 주변을 한번 둘러보는 건 어떨까. 방 한구석의 의자, 인터넷 연결을 위한 공유기, 스마트폰,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디스플레이—이 모든 게 “원래 우주가 가진 물질과 물리 법칙, 수학적 구조를 인간이 발견해 구현한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묘하게 신기하다.
그럼 2부에서 다시 만나겠다. 그때까지 호기심 게이지를 조금 더 채워두면, 2부를 읽다가 “아하, 이런 식으로도 설명되는구나”라고 무릎을 칠 순간이 분명 몇 번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어쩌면 “나는 또 이런 반론을 생각해봤는데?”라고 말하고 싶을 수도 있고. 어쨌든, 열려 있는 태도로 함께 고민해 보면 재밌지 않겠는가.
이상으로 1부를 마친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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