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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 Arte Sefla

나의 음악이야기 #3. When you're with right people

by BLUESSY 2024. 3. 8.

 

2024년 1월의 첫째주는 내 삶에서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

 

엘이 어느날 갑자기 말했다. 너, 롭이랑 자주 연주해라.

아니나다를까 나도 이 많은 밴드 사람들 중에서 이 둘에게 가장 관심이 많이 가던 차였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 흥미가 많이 동했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는걸까 이 양반이.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동료 뮤지션에게 제대로 인정받았다.

 

돌이켜보면 즉흥연주가 가능한 사람을 뮤직파트너로 뒀던 적이 없었다. 즉, 잼 (Jam) 이라 불리는 즉흥연주 세션을 늘 그렸던 사람으로서, 이 사람들을 만난 것이 어찌보면 내 삶에서 엄청나게 큰 축복이었다. 3월의 초입을 지나가는 지금, 나는 여전히 매주 2~3번씩 그들과 연주를 하고 있다.

 

"즉흥연주는 하나의 언어다."

 

내 음악인생 처음으로 이 말을 다른 사람 입으로 들었다. 말인즉슨 드디어 나와 같은 선상에서 같은 시선으로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악은 내게 있어 또 다른 언어다. 누군가 내게 지금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해보라 하면 나는 즉흥으로 그 감정을 기타로, 혹은 피아노로 연주해낼 수 있다. 코드가, 그리고 진행이, 그리고 구성이 즉석에서 만들어지고, 거기에 따라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게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던져봤더니, 1절을 다 듣고나서는 지들 맘대로 들어와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의 멜로디를 만들어 얹는다. 늘 생각했었다. 더도 덜도 말고 나 정도로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이 둘 정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더 바라지도 않는다고. 그런데 가능할까 궁금했었다. 

그런 사람들을 찾았다. 한둘도 아니고 여럿을.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뛰어난 둘이, 나와 함께 연주하길 원한다. 정확히 내가 후렴구에 얹고 싶었던 멜로디의 구성을 만들어 얹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미국 땅을 밟은 이래 가장 행복한 순간이 찾아왔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첼로의 선율이 얹히고, 기타의 스트럼이 내 나일론 줄에 섞여들어오는 그 순간의 희열은 아무리 표현해도 그 방법이 없다. 마약을 해 본 적은 없으나, 아마도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커뮤니티는 내게 정말 많은 가르침을 준다.

음악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부터, 내가 새로이 생각해내야 하는 음악 철학. 그리고 내가 더 알고싶은 많은 것들에 대하여. 

 

블루스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냥 감각적으로만 알고 있던 블루스에 대해서, 이들과 좀 더 많은 것을 나누기 위해서. 음악 자체를 공부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데, 그만큼 이들이 내게 준 영향은 정말 크고, 또 내가 실제로 '움직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