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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 Arte Sefla

서로를 채우는 힘에 대하여

by BLUESSY 2024. 4. 24.

https://www.youtube.com/watch?v=uZqrMGHFZp4

Steven and Estelle, "I Can't Stop Falling in Love with You" by Elvis Presley, from Youtube Channel @StellaGuitarra

좌: Steven Katt 스티븐 캣 (보컬), 우: Estelle Dorde 에스텔 조르제 (클래식기타)

 

내가 좋아하는 두 기타리스트가 얼마전 콜라보를 했다. 두분 다 프로페셔널은 아니지만 오래간 기타를 치셨는데, 서로 모르던 두 사람이, 서로의 기타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교류가 생겼고, 마침내 서로 만나서 함께 작업을 하고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처음엔 스티브만 노래를 부르고 에스텔은 반주를 하는데, 중반부부터 함께 노래를 부르는 대목부터- 이 비디오는 확 따뜻해진다. 이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노래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면, 행복의 황홀경- 쾌락이 아닌 정말 진한 행복에 젖어 선율에 목소리를 태워 보내는, 작은 바람이 느껴진다. 서로 다른 목소리와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음악으로 같은 황홀함을 공유하고, 그 사이사이의 서로 다른 간극을 각자의 방법으로 메워가는 이 아름다움은,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두 예술가의 서로를 향한 마음이리라. 그것이 꼭 뜨겁지 않아도, 마음이 마음으로 이어져 울리는 떨림.

 

 

특히 스티븐은 이 비디오에서 기타를 안 들고 있다. 상대를 위해, 그리고 완성을 위해, 본인이 더 좋아하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맡아주는 이 노신사의 모습에서.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따스함을 느낀다.

 

음악은 정말 불가사의하고, 또 어이없게도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바로 '함께 음악하는 상대'를 너무나 좋아하게 된다는 것. 남녀를 가리지 않고, 연령도 국경도 없이. 나와 함께 같은 선율에 올라 춤추는 상대를 순수하게 좋아하게 된다. 내 삶에서 내가 함께 음악을 했던 친구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이다. 더불어, 내 음악을 순수하게 좋아해주는 사람, 즉 나에게로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기꺼이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큰 따스함을 느낀다.

 

서로가 같은 목표, 같은 즐거움을 향해. 아니, 좀 더 자세히는 행복을 향해서. 서로가 할 수 있는 부분과, 들어올 떄 들어오고 빠질 떄 빠지는,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은 그 미묘한 선의 줄타기를 하는 이 4분동안. 서로가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준다.

 

이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것이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인연이란 언제 어디서 올 지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리고 비울 것을 비우고 채울 곳을 채우며. 또 한편으론 빈 자리, 빈 공간을 잘 정리하며. 아침에 뜬 해가 보내는 빛을 잘 모아두자.

 

그 빛을 잘 빚어, 내 안에 아름다움이 꽃필 때,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만날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채우는 힘에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게 된다.

 

"Like a river flows
Surely to the sea
Darling, so it goes
Some things are meant to be"

 

I can't stop falling in love with you - Elvis Pres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