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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 과잉

He is the person who

by BLUESSY 2024. 11. 18.

 

본업 관련해서도, 그리고 비즈니스 관련해서도 추천서를 써 줘야 하는 시즌이 됐는데, 유난히 올해는 추천서 의뢰 및 부탁이 많다.

 

예전부터 추천서를 하도 오랫동안 많이 쓰다 보니 어느새 어떤 템플릿이나 프레임 같은 것, 그리고 생각의 흐름이라는게 생겼는데, 그게 오늘 괴상한 형태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써 보는 글인데.

 

올해는 내가 인터넷에 글을 쓰게 된 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해이다. 처음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게 2004년 4월이다. 해서 아마도- 여러 플랫폼을 거쳐 오긴 했지만, 손으로 쓴 글이 대략적으로 노트가 한 20권쯤 될 것이고, 아마도 온라인에 썼던 글은 모든 플랫폼을 합쳐서 5천개 정도가 될 거다.

 

그러다 보니 내 글쓰기에는 무의식이라는게 생겼지 싶다. 

비몽사몽중에 데스크에 앉아서 추천서를 쓰기 시작했는데, 무의식중에 'He is the person who' 라는 프레이즈를 써놨더라고. 물론 절대로 추천서를 이렇게 쓰지 않는다. 다만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도대체 언제 이런 걸 써놨지 싶은 거다.

 

무의식 글쓰기라는게 애당초 되는건가 싶긴 한데.. 묘하게 이건 내 머릿속을 때리는 지점이 있었다.

어제 오랜만에 교회 친구들과 개더링을 다녀왔다. 겟어웨이? 아무튼 그런 비슷한 걸 우리가 사는 곳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했는데.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도 내 이야기를 나누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이게 직업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그 사람의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내가 그간 숨쉬듯이 관찰했던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그 이야기와 매칭을 해 보게 된다. 

 

내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그렇고,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들도, 지인들도, 선후배도, 그리고 내 주위에 내가 재미있어하는 사람들 모두도 그렇다. 따라서, 나는 '그(그녀) 는 어떤 사람인가' 에 대한 관심 및 궁금증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 라는 이해의 지경을 넓히고 싶어한다는 것을, 오늘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살아남아온 방식은 이 '이해' 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고민을 했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내가 먼 훗날 큰 일을 하려면 사람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무슨 고등학생도 아니고 초등학생 때 부터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장하다. 10살의 나. 다행히도 나는 살면서 나에게 했던 다짐이나 투자가 대부분도 아니고 전부 다 옳은 것이었다. 실수조차도 계획하고 해 보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조금 느리고 멀리 돌아가더라도 방향은 100% 맞게 가고 있다. 나는 남들이 짜 놓은 길을 가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이 세상을 직접 이해하며 나아가는 사람인지라 많은 사람에게 이해를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내가 내놓는 결과물은 언제나 사람들이 신기해 했었다.

어차피 세상에 이해받기는 오래 전에 포기했다. 내가 만들어갈 세상은, 어차피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하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는 더욱 더 '당신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