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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채우는 힘에 대하여 https://www.youtube.com/watch?v=uZqrMGHFZp4 Steven and Estelle, "I Can't Stop Falling in Love with You" by Elvis Presley, from Youtube Channel @StellaGuitarra 좌: Steven Katt 스티븐 캣 (보컬), 우: Estelle Dorde 에스텔 조르제 (클래식기타) 내가 좋아하는 두 기타리스트가 얼마전 콜라보를 했다. 두분 다 프로페셔널은 아니지만 오래간 기타를 치셨는데, 서로 모르던 두 사람이, 서로의 기타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교류가 생겼고, 마침내 서로 만나서 함께 작업을 하고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처음엔 스티브만 노래를 부르고 에스텔은 반주를 하.. 2024. 4. 24.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면 (feat. 올드팝의 위대함) #1. 롭의 고교 시절 친구인 빌이 최근에 세상을 떴다.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뇌종양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다가 주님의 부름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그의 영혼과,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2.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살면서,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 과 깊은 관계를 맺어본 적은 가족 외엔 없었다. 최근에 내가 가까이 지내는 밴드 할배들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첫째로는 음악적 영감이고, 둘째로는 그들이 나와 다른 시간대를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얘기했던, 음악의 존재성에 대한 개념이 이와 비슷하다. 시간이 흘러도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 이것이 이들과 가까워지게 된 정말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들은 젊은 시절, 그들이 .. 2024. 4. 18.
Focus and diversity (집중과 다양함에 대하여) #1. 벌써 2주가 또 지나고, 엘이 또 다시 캘리로 돌아가는 날이다. 지난달과는 다르게 이번달은 정말 딱 칼같이 2주만 있다 간다. 한동안 candidacy exam으로 바빠서 이 유쾌한 할배 친구들을 못 봤는데, 어쨌거나 잘 패스했으니 한가해지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오랜만에 그에게 듣는 음악이야기가 그리워서 그를 공항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그는 요즘 부쩍,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2. 스티븐 램슨이라는, 워싱턴주에서 제법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있다.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고, 노환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단한 피아니스트인데, 그가 한 7년 전쯤에 거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었다. 트럼펫, 현악기, 관악기, 일렉기타, 하모니카를 위시하여 9명의 뮤지션이 15개의 악기를 연주.. 2024. 4. 18.
2월 한국 방문에서 느낀 점 #1. "너는 그래도 살면서 성공해본 경험들이 있잖아" "너는 적어도 가족 중에 부자를 경험해본 사람이 있었잖아" 성공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위의 말을 할 때에 부끄러움을 아느냐 모르느냐로 갈린다. 루져 멘탈리티를 가진 사람은, 상대와 스스로를 비교할 때, 꼭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어떻게든 찾아내어 세상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고, 상대와 내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한 눈에 티가 난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은 그것을 확인사살하는 개념이며,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늘릴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된다. 위닝 멘탈리티는 반대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핑계삼아 찌질대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그것을 발전시켜 어.. 2024. 3. 26.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1. 내가 교통사고가 나서 다니게 되었던 카이로프랙터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고, 그냥 중국의 속국 혹은 위성도시이며, 중국이 자비를 베풀어 나라로 존재하는 것을 허가받았다고 알고 있었다. 자기와 친한 중국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본인이 속한 커뮤니티는 대부분이 그렇게 알고 있다고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이게 도대체 뭔가 싶었다.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후에, 생각보다 중국이 젊은 청년, 중장년층을 이용해 이러한 활동을 미국에서 굉장히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 내가 가까이 지내던 중국인 지인 몇을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회유하여 (3년이 걸렸다), 그들을 통해 확인한.. 2024. 3. 26.
나의 음악이야기 #3. When you're with right people 2024년 1월의 첫째주는 내 삶에서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 엘이 어느날 갑자기 말했다. 너, 롭이랑 자주 연주해라. 아니나다를까 나도 이 많은 밴드 사람들 중에서 이 둘에게 가장 관심이 많이 가던 차였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 흥미가 많이 동했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는걸까 이 양반이.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동료 뮤지션에게 제대로 인정받았다. 돌이켜보면 즉흥연주가 가능한 사람을 뮤직파트너로 뒀던 적이 없었다. 즉, 잼 (Jam) 이라 불리는 즉흥연주 세션을 늘 그렸던 사람으로서, 이 사람들을 만난 것이 어찌보면 내 삶에서 엄청나게 큰 축복이었다. 3월의 초입을 지나가는 지금, 나는 여전히 매주 2~3번씩 그들과 연주를 하고 있다. "즉흥연주는 하나의 언어다." 내 음악인생 처음으로 .. 2024. 3. 8.
완성의 희열 - The art of completion 엘이 커클랜드에 온지 2주가 지나서, 다시 2주동안 캘리에 돌아가야 된다. 공항에 돌아가는 날이 대부분 주중이라, 그가 라이드가 필요할 것 같아 연락했었는데, 나는 여기서 참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엘은 2년전에 뇌졸중이 왔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가끔 그가 기타를 치는 것을 보면, 이 사람이 뇌졸중 전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인간이었겠다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를 픽업할 때의 첫 마디는, "Man, it seems like you really like to record yourself playing, right?" 이 이야기가 나왔던 건, 그 전날 카페에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내가 그룹챗에 '상관없다 나 혼자라도 솔로잉 녹음할거니까 다들 걱정말라' 고 던졌던 탓이.. 2024. 1. 30.
창작자의 기본 소양 #1 - 히사이시 조 - 작곡가의 기본 명제는 '좋은 곡을 만드는 것'이다. 일정한 수준의 곡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그 순간의 자기 기분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그런데 기분에 몸을 맡기면 어떻게 될까? 기분이 내키면 좋은 곡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좋은 곡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창작하는 사람에게 기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중략 - 순간적인 기분에 의존하면 연주가가 갖추어야 할 적당한 긴장감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 더구나 일 년에 100~200번 이상의 연주를 계속하면 연주 자체에서 자극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무의식중에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극에 손을 대게 된다. 예전에는 자신도 모르게 마약에 손을 대는 재즈 연주가가 적지 않았다. 물론.. 2023. 12. 30.
머리를 비우는 것 - The power of doing nothing 밴드 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든 생각인데,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비워지냐...... 머리에 너무 많은것들이 들어차게 되면 결국 오버히트가 걸려서 파업을 해버리기 때문에 간간히 안에 들어있는것들을 다 내다 버려주는 작업을 해야된다. 물론 이 비우기 작업이 한번에 쉽게 되는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두시간 정도 명상을 하면 좀 깨끗해지곤 했었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말이다.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몇 명의 지인을 잃었고, 지인의 죽음을 경험했다. 한 몸처럼 지내던 친구를 다른 나라로 보내며 (얘는 죽은거 아님) 이상한 이별을 겪었다. 이런 일들이 아직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되어서, 감정적인 셋업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미완성의 상태에 덧붙여, .. 2023. 12. 29.
셋잇단음표 (triplet) 의 줄다리기 - 나의 색을 찾아가려면 "Just a feeling, don't be too obsessed with the rhythmic details when you play the triplet" #1.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최근 온라인 줌 레슨을 시작했다. 본인이 직접 어레인지한 Autumn Leaves (고엽) 를 파트별로 나눠서 진행하는데, 내 고질병인 "악보대로 완주" 가 아직 안 되어가지고 이번 레슨은 Auditor로 참가했다. #2. 아주 오래간 나를 헷갈리게 했던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셋잇단음표를 어떻게 연주하느냐인데, 정의상으로는 2박자를 셋으로 균등하게 나누어 연주한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 정확히 박을 재서 나누어 연주하는 경우는 없고, 사람이 메트로놈이 아닌 이상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하게 되.. 2023. 12. 25.
기회에 대하여 #1 -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 모두는 삶을 살아가며 '기회' 라는 개념에 대해 한 번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어떤 이는 기회를 잡으려 애쓰고, 누군가는 놓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에 사로잡힌다. 내 학부 지도교수님께서 언젠가 이런 얘길 해주신 적이 있다: "여기까지 살아보니, 지금까지 내게 왔던 기회들의 총량, 즉 평균을 내보면 사람들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더라." 그렇다. 기회가 '찾아오는' 빈도는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수저론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실제 횟수는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수저론이 드라마틱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자라면서 '준비됨' 에 대한 정도가 실질적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 2023. 12. 18.
나의 음악이야기 #2. 재능의 저주 #1. 언제나처럼 퇴근하고 Thruline Coffee에 들러 엘을 만났다. 오늘은 엘과 앤디가 있었고, 끝날때 즈음 로버트가 합류했었다. 로버트가 오기 전에 엘과 듀엣을 하고 있었는데, Brown Eyed Girl을 해보자고 했다가 혼났다 (말 그대로 진짜 혼났다. 제대로 안 한다고) "Harold, I can see your gift- not sure what it is, but I know you have something by nature or talent. You know what? I can see you didn't work on the basic technical practice from that. Am I right? That might be the reason why you did no.. 2023.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