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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하여 - 사랑에 대하여 #2 #1. 아침 일찍, 친구가 법정스님의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라는 글을 보내줬다. 오래전 읽었던 글귀인데도 늘 읽을 때 마다 새롭다.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해봤다. 도대체 진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무엇 때문에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이 인연을 구분하는 방법을 오래간 생각했던 것 같은데, 결국 아직도 온전한 기준을 세우지는 못했다. 언젠가 고객 중 한 명이 한밤중에 내게 전화해 뜬금없이 연애이야기를 했었다. 유난히 내가 아끼던 고객이라 졸려 죽겠지만 딱 한 번만 짜증내고 들어줬다. 삶이 변화하는 시기에 끼인 연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였다. 생각보다 길게 통화를 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도달했던 결론은 악한 의도나 머리를 쓰지 말고, 선한 의도를 지닌 채로, 상대에 대한 사랑을 유지한 채로.. 2023. 10. 8.
죽음에 대하여 #1 #1. 한국을 오래간 떠나있으면 자연스레 정리되는 인연들이 있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내가 한국에 돌아간다면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겠지만, 막 내가 미국으로 넘어왔을 때 만큼의 커넥션은 앞으로도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늘 아침, 지인의 부고를 맞이했다. 이상한 시기이다. 조문 연락을 한 게 여름에만 벌써 두 건이었는데, 한 건은 지인의 동생, 또 한 건은 지인의 할아버님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본인상이다. 머리가 멍해졌다. 굉장히 가깝거나 친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갑작스레 떠나갔다는 것이 잘 다가오지 않는다. 본인상은 그렇다. 이 사람 전에 두 번의 본인상을 접했었는데, 둘 다 20대 초반에 겪었던 일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만 그 당시에도 믿기지 않는다.... 는 말을.. 2023. 10. 5.
지혜를 구하며 #1. 복잡한 마음이 들 때는 보통 하나의 사건이 트리거가 되어, 그것이 여러 가지의 연쇄작용을 거쳐, 한 바퀴 돌아 나에게 온다. 내 마음속의 여러 가지 작용과 충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역설적이게도 어느 순간 편안해짐을 느낀다. 만일 나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고통받는 것이 무의미하고, 내 능력 안의 일이라면 나는 반드시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올해의 키워드는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 이다. 화를 옮기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 논어를 처음 읽었던 것이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수업 과제였는데, 그로부터 15년여가 지난 지금, 조금 더 일찍 논어를 읽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하는 마음이 든다. 정제되지 않은 분노는 모든 일을 그르치고, 나와 상대를 동시에 상처입힐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 2023. 10. 4.
편견의 황홀함 편견은 얼핏 들으면 마냥 부정적인 단어로만 들리고, 실례로 그리 사용된다. 다만 편견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 리스크 관리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예외를 좋아하는 요즘 세태들에겐 듣기 유쾌하지 않은 말이겠지만, 애당초에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절대 다수의 평범/일반적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날 인간의 부류 또한 그러하기에, 우리는 예외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당연한 현명함을 지녀야 한다. 우리는 삶의 단계별로 여러 가지 편견에 마주하게 된다. 편견과 사실을 구분지을 능력이 없는 유아기부터, 에고가 형성되는 소년, 청년기를 거쳐 소위 말하는 30대가 되기까지. 그것이 나의 의지이든 무의식이든, 혹은 무의식보다 더 깊은 기저에 형성된 본능이든. 각자의 틀을 만들고 정.. 2023. 10. 3.
2023년의 생일은 댈러스 다녀와서 밀린 일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한밤중에 깨달은 건 '오늘이 내 생일이군' 이었다. 오피스 정리를 새로 하고,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들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에 다가온 생일인데, 때마침 새로운 러닝화를 샀기 때문에 그걸로 대충 셀프 생일선물이라고 치고. 미국 오고 나서는 별로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기대도 실망도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은 것은, 어차피 누군가의 축하를 받는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생각 때문이다. 아니, 이었다. 그리고 이 일시적이지만 잔잔한 기쁨은 아마 매년 경험하는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없을 수도, 아니 내후년도.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 시작은 12일부터였다. 이미 한국은 13일이.. 2023. 8. 15.
러셀 브런슨의 "마케팅 설계자" (원제: 닷컴 시크릿) #2 - 뻔한 것의 힘, 그리고 가치 사다리의 Yellow Brick Road 러셀 브런슨의 '마케팅 설계자' 를 15% 정도 읽었다. 내가 하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내가 여기서 집중하는 것은 가치 사다리이다. 여기에 더불어 종종 운전하며 듣는 아이스강의 팟캐스트에서 이해한 개념을 섞어보자면, 1. 무료로 어떤 가치를 먼저 제공하는 것은 분명 효과적인 전략이다. 다만, 수익이 없는 시간을 견뎌야 하며, 세일즈로 이어지지 않는 좌절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법 장시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미끼라는 어감이 별로 안 좋긴 한데, 어쨌거나 이 이상 적합한 단어가 없다. 무료는 좋은 미끼가 된다. 특히 이익에 민감한 현대 사회에서 엄청나게 매력적인 미끼이다. 따라서 나의 컨설팅에는 이미 이 가치 사다리가 존재하고 있다. 이 개념을 모르고 있던 시절부터 사용한.. 2023. 6. 8.
<아침이 있는 삶을 위하여> 고정비와 이익배수의 계산법 주언규의 영상으로부터 노트. 기업의 오너 입장에서 고정비를 한달에 10만원 줄이면 연단위로 보면 120만원을 줄이는 것인가? 아니다. 이 기업의 이익배수 (실존개념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이해가능한 단어) 를 고려해야 한다. 이익배수란 아마도 회사가 가진 최소한의 이익창출 능력의 배수값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회사가 100만원을 가지고 1000만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보자. 그럼 이익배수를 10배라고 가정하고, 120만원을 아꼈을 때 잠재적으로 회사가 보는 이득은 1200만원에 해당한다. 이는 부동산에 대한 개념도 비슷하다. 부동산 역시 이익배수가 존재하는데, 이를테면 내가 소유한 건물이 5층짜리고 층당 10호실이 있다고 하면, 총 50호실이 존재하는 것이고, 월세를 10만원을 올리면 연에 .. 2023. 6. 8.
러셀 브런슨의 "마케팅 설계자" (원제: 닷컴 시크릿) #1 - 책을 열면서 2022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거의 하루에 4~5시간밖에 못 자고 살았다. 평소에 내가 7시간 이상을 반드시 자는 것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고통의 연속이었다. 연유인 즉, 대학원 유학 컨설팅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 때문에, 그리고 전년도보다 몇 배는 늘어난 고객 숫자 덕분에 나름 즐거운 비명이었다고 돌이켜볼 수 있다만, 마지막 고객이 UCLA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하는 것을 기해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이 컨설팅을 시작했던 것은 2017년 4월부터였다. 내가 워싱턴대로부터 박사 오퍼를 받고 나서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메신져로, 이메일로, 그리고 조금 더 지나서 전화로. 시간이 지나 그 완성형인 온라인 ZOOM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5년이 넘게 지나가고 있었다... 2023. 6. 6.
올바른 주관을 가지는 방법에 대하여 #1 #1. 아주 어렸을 적, 할아버지께서 늘 정치판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며 의아해했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강렬한 모습은 음주를 하신 채 티비에 나오는 정치인이 싫으시다며 리모컨을 집어던지셨던 것이었다. 당시의 나로서는 (5~6세)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저렇게 해도 저 정치인은 안 아프지 않나? 차라리 누굴 돈 주고 고용해서 보내서 때리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왜냐면 당시 할아버지는 지금 기준으로 봐도 굉장히 큰 부자셨으며, 잘 나가는 사업가셨기 때문이다. 그 반작용 때문인지, 아버지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으셨다. 박사를 하시는 내내 딱히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박사 / 교수에 이어지는 커리어 패스에서 정신이 없으셨을지 싶다. 물.. 2023. 5. 24.
덜컹거리는 차의 낭만에 대하여 덜컹거리는 차를 타 본 적이 있는가. 방지턱을 넘을 때, 브레이크를 밟을 때, 그리고 다소 울퉁불퉁한 길을 갈 때. 애당초 차에 큰 욕심이 없는 나로서는 다소 황당한 상황을 마주하는 중이라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싶다. 다만 확실한 건 이게 받아들이기 나름으로 재밌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ㅎ) 내 차는 이제 어느덧 연식이 10년이 되신다. 2013년식 소나타로, 그래도 여전히 문제없이 충실히 내 발이자 이동식 사물함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내 모든 카메라 장비 및 조명장비, 스쿼시 및 테니스 라켓, 그리고 겟어웨이에 필요한 옷가지들이 트렁크에 들어 있고, 맥북 하나랑 아이디어 노트가 손이 닿는 거리에 포진해 있으며, 늘 제로콜라가 한 박스 실려있다. 이 차를.. 2023. 4. 25.
조던 피터슨이 말하는 DC 유니버스, 배트맨과 조커: 뛰어난 사람은 그림자를 경험한 사람이다. (feat. 조던 피터슨의 "The HERO should be a Monster") 마블과 DC 유니버스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히어로에 대한 고찰이다. 즉,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어두움, 그리고 악에 대하여 어떤 서사를 선택하는지에 대한 차이라 하겠다. 배트맨과 조커로 상징되는 선악의 대립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배트맨이 선이고 조커가 악이다 라고 말하기엔 DC가 제시하는 '다크 나이트' 라는 개념이 너무나도 방대하다. 여기엔 필요악과 필요선, 절대악과 절대선 같은 개념보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이 더 중시된다 하겠다. 조던 피터슨은 '정신적 성장' 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악한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그 다음으로 그 악함을 경험하고 내재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본질적 악함에서 버려야 하는 부분.. 2023. 3. 6.
깨달음이라는 착각, 그리고 그 함정에 대하여 본래 깨달음이란 사람마다 다르기에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지식의 편린을 몇 조각 얻었다 하여 현자처럼 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취하게 되는 것이 나르시시즘의 한 형태인데, 과거가 어두웠거나 불행했던 자들은 이 간극에서 길을 잃기 쉽다. 스스로를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검열하는 데에 철저한 사람이야' 라는 말에 갇혀 본인이 꽤나 깨어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잠식되는 탓이다. 이는 사랑이나 우정 같은 1차원적 인간관계보다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파괴적 X) 돌아볼 수 있을 때에 그 실마리가 보인다. 그러나 저들은 그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리라. 인간관계에서 셧다운과 허무주의의 차이를 모르며, 그 둘 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보이.. 2023.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