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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기본 소양 #1 - 히사이시 조 - 작곡가의 기본 명제는 '좋은 곡을 만드는 것'이다. 일정한 수준의 곡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그 순간의 자기 기분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그런데 기분에 몸을 맡기면 어떻게 될까? 기분이 내키면 좋은 곡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좋은 곡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창작하는 사람에게 기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중략 - 순간적인 기분에 의존하면 연주가가 갖추어야 할 적당한 긴장감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 더구나 일 년에 100~200번 이상의 연주를 계속하면 연주 자체에서 자극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무의식중에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극에 손을 대게 된다. 예전에는 자신도 모르게 마약에 손을 대는 재즈 연주가가 적지 않았다. 물론.. 2023. 12. 30.
머리를 비우는 것 - The power of doing nothing 밴드 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든 생각인데,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비워지냐...... 머리에 너무 많은것들이 들어차게 되면 결국 오버히트가 걸려서 파업을 해버리기 때문에 간간히 안에 들어있는것들을 다 내다 버려주는 작업을 해야된다. 물론 이 비우기 작업이 한번에 쉽게 되는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두시간 정도 명상을 하면 좀 깨끗해지곤 했었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말이다.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몇 명의 지인을 잃었고, 지인의 죽음을 경험했다. 한 몸처럼 지내던 친구를 다른 나라로 보내며 (얘는 죽은거 아님) 이상한 이별을 겪었다. 이런 일들이 아직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되어서, 감정적인 셋업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미완성의 상태에 덧붙여, .. 2023. 12. 29.
셋잇단음표 (triplet) 의 줄다리기 - 나의 색을 찾아가려면 "Just a feeling, don't be too obsessed with the rhythmic details when you play the triplet" #1.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최근 온라인 줌 레슨을 시작했다. 본인이 직접 어레인지한 Autumn Leaves (고엽) 를 파트별로 나눠서 진행하는데, 내 고질병인 "악보대로 완주" 가 아직 안 되어가지고 이번 레슨은 Auditor로 참가했다. #2. 아주 오래간 나를 헷갈리게 했던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셋잇단음표를 어떻게 연주하느냐인데, 정의상으로는 2박자를 셋으로 균등하게 나누어 연주한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 정확히 박을 재서 나누어 연주하는 경우는 없고, 사람이 메트로놈이 아닌 이상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하게 되.. 2023. 12. 25.
기회에 대하여 #1 -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 모두는 삶을 살아가며 '기회' 라는 개념에 대해 한 번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어떤 이는 기회를 잡으려 애쓰고, 누군가는 놓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에 사로잡힌다. 내 학부 지도교수님께서 언젠가 이런 얘길 해주신 적이 있다: "여기까지 살아보니, 지금까지 내게 왔던 기회들의 총량, 즉 평균을 내보면 사람들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더라." 그렇다. 기회가 '찾아오는' 빈도는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수저론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실제 횟수는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수저론이 드라마틱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자라면서 '준비됨' 에 대한 정도가 실질적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 2023. 12. 18.
나의 음악이야기 #2. 재능의 저주 #1. 언제나처럼 퇴근하고 Thruline Coffee에 들러 엘을 만났다. 오늘은 엘과 앤디가 있었고, 끝날때 즈음 로버트가 합류했었다. 로버트가 오기 전에 엘과 듀엣을 하고 있었는데, Brown Eyed Girl을 해보자고 했다가 혼났다 (말 그대로 진짜 혼났다. 제대로 안 한다고) "Harold, I can see your gift- not sure what it is, but I know you have something by nature or talent. You know what? I can see you didn't work on the basic technical practice from that. Am I right? That might be the reason why you did no.. 2023. 11. 14.
최고의 빌리 진 (Billie Jean) - 마이클 잭슨의 Last Dance "만약 직접 신을 보게 될 기회가 있다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당신은 이 세상의 비밀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의 출처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아니면 그냥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메시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우리는 삶에 반드시 위대한 스승이 필요하다" 라는 것. 댄서라면, 혹은 어떤 종류의 예술가로 스스로를 정의한다면, 분명히 어느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진보하지 못하는 시기를 분명히 경험해봤을 것이다. 누군가는 극복하고, 또 누군가는 그러지 못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 단계를 극복해내면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좌절하고 퇴보하거나 그만두게 된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예술가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있어, 비주얼 아트, 그림, 회.. 2023. 11. 5.
나의 음악이야기 #1. 왜 음악을 사랑하는가 #0. 언제나처럼의 일요일 저녁, 한주간 밀린 글들이랑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Kirkland 의 Thruline Coffee에 왔다. 이 시간이면 안쪽 테이블에서 라이브 음악이 들린다. 공연은 아니고 사람들이 종종 모여서 잼을 하는 세션인데, 예전에 몇 번 같이 합주했던 할아버지들은 요즘 안 보이고, 새로운 크루가 나타났다. 또 다른 백인 할아버지 3인방-- 기타, 첼로, 바이올린, 밴죠, 하모니카 등 레퍼토리가 엄청나게 다양하고- 곡들이 좀더 내 구미에 맞는 느낌이다. 열심히 듣다가, 너무 좋은 곡이 나와서 결국 못 참고 물어보고 만다. 그리고 내친 김에 나도 기타를 치는데 (아마추어지만) 다음부터 껴도 되겠냐 물어보고. 내일부터 종종 같이 연주를 하기로 했다. 너무너무너무 행복하다.. 2023. 11. 1.
관계의 스텝이 꼬이면 - get all tangled up #0. If you make a mistake, get all tangled up, just tango on. "실수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오." 영화 좋은 날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도 있고, 물에 흠뻑 젖어 최악인 날도 있다. 그리고 하루안에 그런 일들이 여러 번 뒤섞여 일어나기도 한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나빴다가 좋았다가. #1. 나에겐 오래된 친구가 있다. 박사과정을 함께 시작했고, 온갖 고생을 함께 겪었으며, 서로를 보살피고 챙기는 데 정성을 쏟았던, 그리고 정말로 순수하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우리는 분명 많은 트러블을 겪었다. 때론 민감한 이해관계 (논문 저자.......) 일 때도 있었고, 또 한편으론 정말 사소한 걸로 열을.. 2023. 10. 30.
비가 내리기 전에. 삶에 고달픔이 내리기 전에, 아직 맑은 날일 때 사랑하라 구름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되면 슬픔은 나를 이기고 기쁨은 나를 잊는다 비가 내리면, 네 고운 옷은 짐이 되고 못다한 말은 닿지 않아 아름다운 젊은 날 그 마음에 화사함으로 가득찬 맑은 날들에게 의미없는 시간을 선물치 말라 집 앞에 찾아 사랑한다 말하라 마음 앞에 다가가, 시리도록 당신을 생각했노라고 눈부신 당신이 내 마음에 가득했던 때, 전화를 붙잡고, 밝아가는 새벽을 멈추고 싶었다고 눈을 보고 노래하라 빗소리로 너의 노래가 사라지기 전에 마음을 두드려라 비가 그 길을 감추기 전에 구두를 신어라 비가 온다해도 전하라 신발이 젖어도 가라 꽃을 준비해라 손에 들린 꽃이라면 빗속에서도 바래지 않는다 그렇게 비가 오기 전에 빗소리에 삼키기 전에 사랑한다 .. 2023. 10. 26.
사랑에 대하여 #3 - 노력의 기적 #1. 친구가 8년 다닌 직장에서 이직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내 대학 생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친구인데,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간 멀어졌다가, 내가 한창 빠져있던 취미에 같이 발을 붙이고 나선 급격히 다시 가까워졌던 친구. 나와 기타부 생활을 같이 했던 대학 동기이다. 그리고 이 친구를 떠올릴 때마다 함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2. 예전 일기장들을 읽어보다가 흥미로운 소재가 떠올랐다. 벌써 10년도 더 된, 전역 후 복학해서 대학교 다니다가 만났던 나의 예전 연인 A가 했던 이야기. "사랑의 가장 위대한 점은 변한다는 거야." 나보다 5살이나 어린 사람이었는데, 그 나이에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특히 20대 초중반의 5년은 엄청난 차이라는 걸 우린 모두 알고.. 2023. 10. 24.
좋은 인연, 좋은 사람 오랜 친구와,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보냈다. 내가 이곳에 처음 정착해서 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던 때에,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지나가며 툭 던졌던 친구, 그를 통해 연이 깊어졌고,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었다고 하니까 뭔가 과거형같군. 아무튼 그런 사람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고.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그녀를 통해서 상당 부분 나의 새로운 결핍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 덕에 지금의 내 모습이 있기까지 제법 많은 기여를 했다 하겠다. 여러모로 참 특이한 양반이기도 하고, 나름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사람.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 우리는 30대 초입에 들어서서 앞자리가 바뀐 것이 뭔 느낌인가를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예전에는 둘 다 별.. 2023. 10. 17.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틈탈 때 (Tribute to J) 사람이 약해지면 당연하게도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휘말리게 된다. 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는 더 안 좋은 사이클로 들어갈 수도 있다. 약해지는 것은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이 있는데, 외적인 부분은 주로 나를 둘러싼 중요한 인간관계들로부터의 문제나 상처들이고, 내적인 부분은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부족을 인지하고, 그것이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을 때 엄습하는 감정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전파력이 강해서, 순식간에 내 정신을 장악해간다. 걱정으로 인한 불면증이 그 좋은 예시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그 흐름을 끊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쉽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정신이 육신을 지배하게 두지 않.. 2023.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