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테니스 모임의 회장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수준의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봤는데 역시 진부하구만, 어쨌든 좀 느낀 게 있어서 기록하고자 쓴다.
규모와 목적에 상관없이 어떤 모임의 리더쉽을 맡는 게 굉장히 오랜만인데. 이게 비즈니스를 운영하는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는 걸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중이다. 정확히는... 맛이라기보단 고통이라고 해야 되겠지만.
어쨌거나 오랫동안 회사를 굴리다 보면 자잘한 고통이나 스트레스에는 무감각해진다. 돈이 보상으로 오기 때문에, 그리고 동시에 내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직접 목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고통은 사실 필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가 깨어 있을 때도, 잘 때에도, 열심히 굴러가고 있는 두 개의 회사는 나에게 늘 전신근육통과 수면부족을 가져다 줬다. 그래도 이들은 나로 하여금 아카데미아의 길을 걸으면서도 적당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고, 또 학문의 길 외적으로도 나의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준다. 이런 고통들은 얼마든지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비영리(?) 모임은 온전히 발런티어십이기 때문에 모티베이션이 유지되기 힘들다. 회장이라고 해도 어떤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해야 되는 일만 줜나게 많은 자리인데다가 못하면 욕을 뒤지게 먹는..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불합리한 포지션이다. 본업과 부업 두 개를 꾸준히 돌려온 근 몇년간 안 오던 번아웃이, 이 망할놈의 테니스클럽 회장 하면서 왔다.
테니스 입문자를 받아서 가르치는 섹션을 새로 추가를 하자! 해서 해놓고 보니 신경써야 할 게 한두개가 아니었던 것이다.
현 모임이 대학원 모임에서 일반 모임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는 꾸준히 초보자를 계속 받자고 주장을 했었다. 이 때 항상 학기말 마무리 모임에서는 의견이 갈렸었다. 초보자를 받자, 받지 말자.
당시에는 도대체 왜 초보를 안 받고 싶어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뭐 지금와보니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일이 많다. 그리고 코트 예약과 운영이 복잡해진다.
그래도 받길 잘 했다고 생각은 한다.
어쨌든-
에너지도 시간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돈도 많이 드는 일이다. 회비가 있는데 뭔 돈이 드냐? 라고 생각한다면 조직 운영을 제대로 안 해본 사람인 것이다. 아니면 아주 편한 상황에서 했거나.
대부분의 모임/조직에서 그 장이 되는 사람의 사비 지출은 피할 수 없다.
그럼 그렇게 손해 일색인 걸 왜 했냐고 묻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왜냐고?
나는 이 회장직을 맡으면서 든든한 3명의 서포터를 얻었기 때문이다.
홍선생, 동선생, 용선생이 그 세 명이다. 여기에 시드니 선생이라는 또 좋은 서포터가 있는데, 뭐 어찌됐던간에 우리가 여름 내내 정말 죽어라 목숨걸고 테니스를 치면서 생긴 전우애 비슷한 뭐 그런 게 이 모임의 리더쉽을 만들어가는 데 좋은 유대감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그래도 다들 도와주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테니스는 즐거운 스포츠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할 때의 이야기이다.
테니스를 초등학교 4학년때 한두 달 정도 스윙만 배우고, 그것도 공은 한번도 못 쳐봤는데, 대학원 선배들이 치자고 할 땐 전혀 치고싶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만..
내 아주 예전의 친한 교수님이 그런 얘길 했었다. 박사 유학가면 테니스랑 골프는 무조건 쳐야 된다고.
도대체 그 당시엔 뭔 개소린가 했었는데, 지금은 그게 뭔 뜻인지 안다. 박사를 하면, 아니 연구를 하면, 운동을 반드시 해야 살아남는다. 그런데 거기에 하나 더.. 테니스가 어쨌거나 진입장벽이 아예 없지는 않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테니스를 같은 취미로 가지게 되는 사람들은 나름 통하는 게 생긴다. 의도치 않은 네트워킹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저 교수님의 말씀이 이해되었다.
어쨌거나 테니스는 나름의 상류층 스포츠로 자리잡아온지 오래다. 진입장벽이 그냥 일반인에게 내려갔다고 해서 그 정신과 전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신사도 (gentlemenship) 이라는 것을 지키고 예의를 차려서 경기에 임하는 것 만으로도 태도가 달라진다 하겠다.
대학생 때는 꼭, 무슨 프로젝트를 하던간에 무조건 내가 조장을 했었다. 그게 나에게 이롭고, 내가 훗날 하려는 일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한 도움이 되었고, 이것저것 내가 자진해서 했던 일들이 나에게 여러 양분이 된다.
그 경험을 다시 한 번 꺼내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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