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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Sunday vibe : 1년 반만의 work from cafe

by BLUESSY 2021. 5. 17.

팬데믹이 터진지 벌써 1년 반이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내가 괴로워하는 것 중 하나는 카페에서 일을 못 한다는 것이다. 물론 wet bench worker의 특성상 딱히 카페에서 할 만한 일의 포션이 높지는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분명히 리프레쉬가 된다. 논문을 찾아 보건, 논문을 쓰건, 실험 프로토콜을 작성하건, 데이터 정리를 하건 말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이런 잡소리를 쓰더라도 오피스에서는 도저히 좋은 글이 안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카페에서 쓴 글이 대단하다는 것 또한 절대로 아니다)

 

Photo got at the cafe on the ave UW. Copyright @phdblues.tistory.com

 

 

Anyhow,

 

정말 오랜만에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양심적으로 말하건대, 일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잡다한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커피 한 잔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그런데 이 행위가 가지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내가 그간 집-랩 (오피스) 만을 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뭔가 온전히 혼자서 완전히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 정신을 생각보다 많이 맑게 해 주었다.

 

고작 커피 한 잔인데,

고작 집에서 1마일도 안 되게 벗어났을 뿐인데. 일하는 곳에서 0.5마일도 안 되는 거리로 나왔는데.

 

이런 것을 보면, 언젠가 런업 (유튜버) 이 얘기했던, '나이먹으면 돈보다는 공간에 대한 소유욕이 생긴다' 는 게 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내 개인 소유의 스튜디오 같은 게 있으면 이런 의미에서도 좋을 듯.

 

어떻게 표현해야 될 지 잘 모르겠다. 그저 기분이 좋다. 그냥 마냥 좋다.

 

커피는 맛이 없다. 그렇지만 커피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앉아있는 이 작고 둥근 테이블이 그저 내게는 새로운 세계인 듯 느껴진다.

 

종종 나와서 일해야겠다. 일도 하고,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