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미친듯이 머리가 쓰여질 때가 있다. 단순히 논문을 읽거나 실험을 하거나 그런 제한적인 라인 안에서의 일이 아니라, 갑작스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거나, 여러 지식/정보를 읽어들이는 중에 발생하는 clustering이 풀려나가기 시작할 때의 느낌인 것 같다.
주로 나는 새 연구/실험을 디자인할 때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데, 자주 하면 좀 더 좋은 연구자가 되는 데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머리가 그만큼 일을 빡세게 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서.
어쨌든, 그 상태가 아마도 일종의 무아지경의 상태인 듯 한데, 그 순간만큼은 생각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그 때 머리에서 흘러넘치는 것들은 죄다 적어둬야 한다. 안 그러면 500% 확률로 잊어버리게 되더라. 이 상태는, 또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이상의 정보가 머리에 쌓였을 때에 그걸 프로세싱해서 방출해내는 과정인 듯도 싶다.
쓰고나니까 뭔가 되게 거창해 보이는데, 누구나 머리 잘 돌아가는 경험을 하지 않는가. 나는 그런 일이 최근에 위기와 겹쳐서 몇 번 연달아 (혹은 자주) 겪게 되고 나니 이 경험이 신기해서 적어두려고 한다.
뭔가 공부를 하고 나서 잠들고, 다시 일어나면 어떤 문제가 풀려있는 경험을, 공부를 좀 했던 사람이라면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게 정말 특이한 경험인데, 그런 것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 상태를 경험하고 나면 배가 미친듯이 고프다. 배가 아예 다 꺼져 있어서 당장 무언가를 주워먹어야 되는데, 아마 그 상태에서 소모되는 칼로리가 굉장히 큰 것 같다.
아니면 배가 50% 정도 꺼져있을 때라는 조건 하에서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일이 자주 있으면 살이 금방 빠질 것도 같은데, 인생이 그리 쉽게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 ㅎㅎ.
어쨌든, 기록. 기록.
다시 시뮬레이션 돌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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