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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 Arte Sefla

최고의 빌리 진 (Billie Jean) - 마이클 잭슨의 Last Dance

by BLUESSY 2023. 11. 5.

This is it 의 한 장면, 마이클이 마지막으로 빌리 진을 선보이는 리허설 씬. Photo credit: MJPhotosCollectors.com

 

<본인의 개인 홈페이지의 영어로 쓰여진 글을 번역>

 

 

"만약 직접 신을 보게 될 기회가 있다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당신은 이 세상의 비밀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의 출처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아니면 그냥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메시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우리는 삶에 반드시 위대한 스승이 필요하다" 라는 것.

댄서라면, 혹은 어떤 종류의 예술가로 스스로를 정의한다면, 분명히 어느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진보하지 못하는 시기를 분명히 경험해봤을 것이다. 누군가는 극복하고, 또 누군가는 그러지 못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 단계를 극복해내면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좌절하고 퇴보하거나 그만두게 된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예술가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있어, 비주얼 아트, 그림, 회화, 춤, 공연과 같은 '보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경험은 통찰력과 포텐셜을 확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영감은 대부분이 예기치 못한 데에서 오는데, 이는 주로 내 일상을 깨뜨릴 만한 새로운 자극, 혹은 감각을 확장시키거나 부술 수 있는 특정한 종류의 충격이기 때문이다. 물론, 댄스에 있어 특별히 '신'의 표현력을 목도하는 것은 단순히 이론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뒤집어 놓을 것 같은 강렬한 충격이다. 마이클은 내게 있어 그런 존재였다. 단순히 뮤지컬 / 댄스의 신 같은 게 아니라, 예술적으로 통틀어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존재였다고. 하늘로 떠난 지금에도 그는 나에게 꾸준히 말도 안 되는 양질의 영감을 주고 있다.

 

마이클의 팬이 아니더라도 빌리 진의 리드미컬하고 펑키한 도입부는 익숙할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반드시 들어봤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던 곡이다.

노래 가사는 처음 듣는다면 뭔 소린가 싶을 정도로 다소 난해하며, 안무와도 결이 잘 맞지는 않는다. (물론 보기 나름이다. 나는 그 갭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를 최근에서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는데, 추후 한 번 풀어보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BbKR6vnuSM

 

한편, 마이클의 열성적인 팬이라면 This is It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분명히 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Billie Jean을 기억할 것이라 확신한다.

 

친숙한 킥으로 시작하는 펑키한 비트가 시작되고, 침묵은 마이클의 손끝을 달려나간다. 이 씬의 블루지한 감성이 순식간에 신비로움으로 덧칠되며, 카메라웤을 최소한으로 줄여내면서 그의 움직임 전부를 정적이면서 동시에 동적으로 보여준다. 리허설이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서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이 마지막 한 곡에 임한다. 빌리 진이 아마도 This is It 투어가 실제로 개최되었다면 마지막에 배치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내 추측의 상당부분이 여기서 온다. 평소 그가 해왔던 공연에서의 빌리 진과는 분위기가 너무 다른 탓이다. 마지막을 '쏟아내는듯한' 느낌이 아마 그 것이 아닐까. 왜냐면 이 빌리 진은 에너제틱한 것에 더 얹어서, '신중하다' 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의 투어인생에 작별을 고하는 듯한, 신중하고 차분한 빌리 진.

 

더불어, 이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안무도 선보인다. 예전의 안무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스타일이 마이클의 공연 역사에 아예 없었던 것이었음을 알아차리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씬은 그의 몸 각 부분이 어떻게 고립되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리듬과 몸짓의 조화를 통해 음악을 따라 타고 노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그의 라스트 댄스는, 이젠 후대에게 비디오로만 전해지는 유산이 되어버렸다. 그의 백댄서로 뽑혔던 이들이 이 씬을 보는 장면이 잠시간 카메라에 잡히는데, 멀리서지만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눈으로 마이클을 보고 있다. 또 온 몸이 흥분과 즐거움으로 뒤덮여 있음을 쉬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그들은 마이클의 라스트 댄스를 본 것이다. 신이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보여준 '신의 영역' 을 목도했으니, 그들은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 그의 솔로 후반부는 그저 영감으로 가득차, 그 영감을 나눠갈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뿐. 초, 분 단위로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의 몸짓은 시간을 따라 흘러가고.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시간을 함께했던 이들이 남아, 그 영감을 계승하고 이어나간다.

 

이것이 경험의 힘이다.

 

마이클이 어떻게 스타일, 움직임, 그리고 감정선을 발전시켰는지, 그 빌리 진을 본 댄서들은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True legend never speaks. He just shows, dances, and enjoys.

 

전설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

 

춤을 추고, 즐기며 후대에 전한다. 이것이 그의 예술이며, 그가 평생 사랑한 이 세상에 대한 그의 진짜 애정이었다.

 

 

 

모두의 친구였던 남자, 영원한 나의 영웅이여,

당신을 평생토록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