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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내가 선택한 길 - 탁재훈

by BLUESSY 2022. 7. 11.

"최고의 딴따라"

 

탁재훈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딱 한 사람,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는 생각이 들게 했던 연예인이다. 나는 자기애가 강한 탓에, 보통은 누군가를 닮고 싶어하는 일이 없다. 연예인을 보고는 '저 사람의 좋은 점이 이러이러하니 본받아야겠군' 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그 사람 전체를 본받고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딱 한 번, 유일하게 탁재훈만이 내겐 그 모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탁재훈을 좋아하게 된 건, 생각보다 제법 된 일이다. 지금 당장의 유머러스하고 재치있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혹은 상상플러스 시절의 소위 악마의 재능이라 일컬어지는 엄청나게 잘 날리던 때의 그의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그는 그보다 훨씬 더 전의 이야기로부터 성장해온 그의 모습이다. 데뷔년도 당시 27세였던 그는, <내가 선택한 길> 이라는 1집 앨범을 필두로, 동명의 타이틀곡을 주로 TV에 들고 나와 노래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frbi16t9CA 

<내가 선택한 길> 탁재훈 / From Youtube

내가 이 영상을 각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불안정하고 완성되지 않은, 괴로움과 즐거움이 뒤섞인 그의 무드 때문이다. 거기에 애당초 댄서나 댄스가수가 아님에도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isolation 과, 가히 재능이라 할 만큼의 날것이지만 절제된, 몸을 잘 쓰는 간결한 춤. 노란, 그리고 동그란 선글라스 (!!!!!!) 에 악어가죽 스포츠코트, 올블랙의 착장까지, 완벽하다.

거기에 기타까지, 노래까지. 츠요시 나가부치를 벤치마킹했다고 하여 욕을 많이 먹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탁재훈 특유의 맛이 분명히 있다. 타고난 딴따라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한국에 존재할까.

 

예전에 이정현의 메인 백댄서로 오래간 활동했던 최용호라는 분이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내 춤 (스윙) 에 지대한 영향을 준 분인데, 체형도 기럭지도 다르지만 기묘하게도 그 분의 느낌이 탁재훈에게도 있다. 내적 바운스 같은걸까. 뭘까 저거..... 부럽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금의 탁재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그는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은) 이 시기를 '뭘 해도 안 되던, 고군분투하던 시기' 라고 말한다. 금수저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아 평안한 삶을 살아나가느냐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련과 정면으로 맞서가느냐의 갈림길에서, 20대의 탁재훈은 정면돌파를 선택했고, 그리고 온갖 시련과 마주하며 나아갔다. 위 영상에서, 그리고 그의 다른 '내가 선택한 길' 클립들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탁재훈의 여유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래 영상은 05년도의 그가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부른 내가 선택한 길인데, 이 때와 위의 영상을 비교해보면 그 느낌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gB4918Ivy4Y

27세의 청년이 용감하게 세상에 내딛었던 그가 선택한 길은 그렇게 별다른 감흥 없이 잊혀져간다. 그렇게 록커로서의 정체성을 뒤로 한 채, 그는 과감하게 다음 시도를 했다. 바로 컨츄리 꼬꼬.

 

https://youtu.be/-wIC6_NiEpA?t=30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탁재훈의 팬덤이 비슷한 생각이겠지만, 정말 이 시절의 탁재훈은 가히 무적이라 할만큼 엄청났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외모부터 시작해서 정말 부족한 게 하나 없는 수준이었고, 거기에 온갖 예능을 휘저으며 악마의 입담을 뽐내던 시기다. 그러나 훗날 한 예능에서 말하길, 그가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음악은 정말 이게 아니었는데, 하고 싶었던 음악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니 여기에 목숨을 걸었다 한다. 그게 참 놀라웠다. 내가 그를 정말로 자세히 알기 전 까지는, 컨츄리 꼬꼬가 그가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연예인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추후 더 깊게 파들어가서 알게 된 것이랑 정반대였으니.

 

그리고 몇 가지의 구설수를 겪고, 끝없는 추락을 다시 겪는다. 누구나 말하지만, 그가 겸손하고 조심스러웠더라면 정말 엄청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타입의 캐릭터는 겸손과 겸양으로부터 멀리되어야 가능한 캐릭터이다. 성정상 그게 될 수가 없다. 스스로의 대단함을 절대 모를 수가 없기에, 그걸 알기에, 그 매력을 십분 활용하는 사람인지라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난 오늘날, 다시 한 번, 오늘날의 그는 정상을 바라본다.

나는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야망을 죽이지 않는 사람이다. 그 야망의 본질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가 원하는 바는 반드시 작은 스케일이 아니다. 인생에 굴곡이 많은 그이지만, 여전히 한 길, 위를 보고 때론 가볍게, 즐겁게, 그러나 또 때론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걸어가는 그를 존경하고, 또 응원한다.

 

닮고 싶다. 저만큼의 너스레와 여유를 나 또한 가지고 싶다.

누구에게나 무명시절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그 시절에는 젊음을 태워 빛을 내는데, 빛이 잘 나지 않는 덕에 이것저것 많이 섞어서 태우는 사람이 있고, 그냥 한 길을 파서 빛이 크게 날 때까지 불사르는 사람이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던간에, 빛을 낼 때 까지 반드시 갈아넣어야 한다. 그 무명의 설움과 고통을 견뎌낸 사람만이 빛을 피울 수 있다.

 

그러니까. 앞만 보고 걸어가자. 언젠가 빛은 난다.

 

"옳은 방향으로 살아서 버티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내 결정이 옳게 되는 순간이 온다" - 언젠가, Hannah와의 "왠지 모르지만 심각했던" 대화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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