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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자청의 역행자 비틀어 보기 #1: 스스로 특별해지는 방법, 잠재력의 차이와 역행자의 함정

by BLUESSY 2023. 1. 21.

 

자수성가 청년, 자청. 그리고 신사임당, 주언규.

 

그의 저서 역행자.

아마도 지금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이 이름들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으리라. 2-30대의 워너비 아닌가.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인생을 바꾸어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경제적 자유를 얻고, 세상에 영향을 끼치며 살고 있다. 청년세대는 그를 우상화하고, 그의 방법을 본받고자, 그리고 그를 찬양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얻고자 그의 저서, 역행자를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과연 의미가 있냐는거다. 사람의 행동양식을 바꾸는 것은 책이 아니고, 스스로의 잠재력이다. 이것이 실로 아픈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현실이 그러하다. 책은 그 양분이 되고, 트리거가 될 뿐, 책을 읽는 사실 자체만으로 성장한다고 믿는 인간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단순히 방구석에서 책만 읽고 공상만 한다고 현실이 바뀌는 일은 소설속에서나 일어난다.

 

개중에는 자청을 사기꾼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나는 그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해야 하는 요소를 빼고 역행자를 저술했을 뿐이다. 바로 잠재력이다.

 

그가 역행자에서 만들어내는 statement는 기본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다. 그는 How를 이 책에 넣지 않았다. 여기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정신 못 차리고 본인이 제 2의 자청이 되리라는 헛된 망상에 빠져, 목적과 방향성 없는 그저 열심만 죽어라 할까 하는 우려가 살짝 드는데, 이 책의 포인트는 열심히 살자거나 열심히 하자, 열정을 가지자 이런 뜬구름잡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조차도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이 책은 '그렇기에 너는 못 한다' 라는 도발을 일삼고 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책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자기개발서의 목적은 그대로 해라 가 아니고, 이 책을 가지고 본인에게 적응시켜 무언가 유의미한 것을 실행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자기개발서를 소비하는 방식은 정신적 자위에 해당한다. 자청은 그 부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열정과 열심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꾸준함과 저 두 가치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꾸준함조차도 사실 방향이 없으면 헛수고에 불과하다.

 

언젠가 한창 유행하던 말이 있었다. 열심히 하는 건 필요없고 잘 하라고. 이 말을 분명히 많이들 싫어했으리라. 그런데 세상은 정글이고, 현실은 이 말에 의해 돌아간다. 아마 한국 사회가 좀 덜 할지는 모르겠다만. 기본적으로 결과만이 말하는 세상이 와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로 잘 하는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럼 그는 잘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렇다. 아주 잘 한다.

 

그의 배경이나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흙수저고 나발이고는 전혀 상관없다. 그가 책을 읽으면서 그것을 적용시켜볼 생각을 어릴 적 부터 해봤다는 점에서, 이미 그는 남들과 다른 잠재력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이 부분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다. 자청은 이걸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스스로 한 거다. 이걸 꼭 '누가 이랬다더라' 는 걸 듣고 실행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고 스스로 깨달아 실행하는 사람은 근본이 다르다. 그것이 바로 삶의 의지라는 것에 해당하며, 더 나아가서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크기 차이로 귀결된다. 잠재력의 크기는 호기심의 크기로부터 기인한다.

 

Curiosity toward the world.

 

이것이 많은 세대를 관통하는 어구이지만, 동시에 많이 퍼져있지 않은 어구다. 아마 이 표현 자체를 정확하게 들어본 사람은 몇 없으리라.

더불어, 행하는 힘과 호기심이 결부될 때에 이는 비로소 삶을 바꾸는 힘으로 발현된다. 지금 세대의 핫한 유튜버들,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는 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바로 이 호기심과 결부되는 행함의 힘이다. 따라서 이 경우를 단순히 '아 이런 사람이 있구나' 라는 식으로 넘겨보면 아마도 이 책을 잘못 읽었다는 전조증상이리라고, 아니, 확신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개발서의 함정이다. 아 참고로 자기개발 자기계발 헷갈리는분들이 많은데, 둘 다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둘 다 표준어임 ㅋ

 

어쨌건,

이 함정은, 스스로 마치 무언가를 깨우친 사람이 된 것 마냥 생각, 아니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 착각은 보통 이 책 자체에서 '누가 어떻게 했다더라' 에 감명받는 것으로부터 온다. 이건 이 책의 껍질에 불과하다. 이러한 책들의 알맹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며,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왜 하게 되었고, 그런 행동적 메커니즘을 가지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그리고 이 사람이 가진 동기가 정확히 어디서 왔는가- 단순히 가난 극복하고 싶어서라는건 동기의 행동원칙이 아니다- 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기개발서는 단순한 성공 포르노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의 삶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을, 그러나 일어날 것 같이 뇌의 쾌락만을 만족시켜주는 힘.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그 때 비로소 이 자청이라는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썼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당신과 자청이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인가- 환경 배경 이런 게 아니라 사람의 인성, 본능에 깔린 공격성, 진취성, 욕망, 야망 등을 다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건 이 책에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의 미디어들을 정말 자세히 뜯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만약 자청 스스로가 청년들의 멘토가 되길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는 역행자 다음으로, 이보다 더 깊게 들어가 자신의 자아를 분해하여 다 보여줄 수 있는 책을 저술하는 중일 것이다. 혹은, 그 책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을 것이다.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이 역행자라는 책은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그의 한 조각 '영특함' 에 지나지 않는다. 한 번 지켜보자.

 

과연 그의 영특함은 무엇인가?

 

 

- 2편에서 계속.

 

2편: 호기심과 잠재력, 그리고 자청의 영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