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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덜컹거리는 차의 낭만에 대하여

by BLUESSY 2023. 4. 25.

at Kirkland Self Garage, Photo by KH Kim, IPhone 11 Pro Max

 

덜컹거리는 차를 타 본 적이 있는가. 방지턱을 넘을 때, 브레이크를 밟을 때, 그리고 다소 울퉁불퉁한 길을 갈 때.

 

애당초 차에 큰 욕심이 없는 나로서는 다소 황당한 상황을 마주하는 중이라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싶다. 다만 확실한 건 이게 받아들이기 나름으로 재밌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ㅎ)

 

내 차는 이제 어느덧 연식이 10년이 되신다. 2013년식 소나타로, 그래도 여전히 문제없이 충실히 내 발이자 이동식 사물함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내 모든 카메라 장비 및 조명장비, 스쿼시 및 테니스 라켓, 그리고 겟어웨이에 필요한 옷가지들이 트렁크에 들어 있고, 맥북 하나랑 아이디어 노트가 손이 닿는 거리에 포진해 있으며, 늘 제로콜라가 한 박스 실려있다. 이 차를 구매한 지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22년 5월에 구매했고, 구매하자마자 스트럿과 벨트를 갈았다. 다행히 이 더럽게 비싼 미국땅에서 좋은 딜러를 만나 부품 값만 쓰고 (내가 직접 부품 구매했으므로) 잘 수리했다. 그렇게 잘 타고 있었거늘,, 역시나 문제가 생겼다. 비단 현대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차종이 5~6년 정도 지나면 심심찮게 발생하는 하부소음 문제였고, 이 소리의 원인에 대해서는 과거에 여러모로 많은 경험이 있기에, 이것저것 자가진단을 했다. 내가 리프트로 직접 띄워보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하면서 내린 결론은 stabilizer link (sway linx bar) 라고 봤다.

 

메카닉 샵을 두 군데 정도 방문했는데...

이양반들이 죽어도 저건 아니라는 거다. 그럼 원인이 뭐냐 물었더니 본인들도 모른단다. 실제로 이걸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만 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이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스트럿, 부싱고무, 스테빌라이저의 3가지 중 하나이고, 그 3가지는 대부분 쉽게 해결이 가능하며, 수리보다는 교체를 잡으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굳이 모른다고 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소리마다 다 유니크한 특성이 있어서 분간해내는 것이 전혀 어렵지도 않고, 최악의 경우 그냥 두 군데 정도 찍어서 교체하자면 되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동안, 나는 이 덜컹거리는 차를 몰고 다녔다. 처음에는 다소의 창피함이 동반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를 태우건 누굴 태우건 이건 너무나도 분명히 차에 문제가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어차피 소득이 변변찮은 대학원생이니 만큼 이 빈곤함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 주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도 I-5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때였으리라.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 또 이런 덜컹거리는 차를 이렇게 오래 타보겠나".

 

오?

 

나름의 생각의 전환이었다. 따지고 보면 내 차를 탔던 사람들은 이를 가지고 문제삼거나 지적하지 않았다. 배려가 깊은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그런 건 아예 신경쓰지 않고 '피곤했는데 당신 차에 타니 하나도 안 졸리네' 라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었다. 그게 예의상 한 말인지 아닌지는 차치해두고. 어쨌든 덜컹거림이 없다면 좋겠지만, 있든 말든 뭔 상관이냐라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물론 물론 당분간만이지만.

 

나는 어차피 성공할 것이고, 그것도 남들이 일반적으로 인지하는 정도의 성공이 아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크기의 부를 쌓고자 한다.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싶어도 앞으로는 탈 날이 없겠지. 따라서, 이는 가난한 대학원생이 즐길 수 있는 낭만의 일환이다. 라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보자.

 

하나님께서 얼마나 나를 크게 쓰시려고 이렇게 빡세게 굴리시는지 모르겠지만, 아멘으로 받으며 이 글을 마친다.

 

후일담으로, 결국 내 판단이 맞았고. 스테빌라이져 교체 후 소음은 사라졌다. 모처럼 뭔가 함부로 추천하지 않는 친구가 추천한 외진 곳의 미캐닉샵을 갔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문제의 원인을 들고왔고, 1시간만에 수리가 끝났다. 한국에서는 셀프개러지 대여하는 비용이 시간당 만원도 안하기 때문에 종종 그런 짓(?)을 하곤 했었는데, 미국은 시간당 최소 30불이니 앞으로는 그냥 얌전히 정비소에 가려고 한다.

 

 

***시애틀에서 자동차 수리하실 분들은 발라드에 있는...발라드 맞나? 아무튼 Taskar Garage를 강력 추천하는바입니다. 미국땅에서 찾기 정말 힘든 정직하고 실력좋은 메카닉들입니다. 제가 시애틀 에버렛 린우드 에어포트웨이 전부 다 가봤는데 여기만한 곳이 없었네요. Same day walk-in도 아침 9시 전에 가면 가능하니까 더더욱이 한국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https://www.yelp.com/biz/taskar-garage-seattle

 

Taskar Garage - Seattle, WA

Specialties: Taskar Garage offers a listing of different services: 1. We handle minor and major engine repairs. We supply and fit exchange engines. Alternatively, engines can be rebuilt where no replacement unit is available. 2.We provide full engine tune

www.yel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