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에 대하여 #1 -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Empty street, empty heart. Photography by KH Kim, Panasonic Lumix G95

 

 

우리 모두는 삶을 살아가며 '기회' 라는 개념에 대해 한 번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어떤 이는 기회를 잡으려 애쓰고, 누군가는 놓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에 사로잡힌다.

 

내 학부 지도교수님께서 언젠가 이런 얘길 해주신 적이 있다:

"여기까지 살아보니, 지금까지 내게 왔던 기회들의 총량, 즉 평균을 내보면 사람들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더라."

그렇다. 기회가 '찾아오는' 빈도는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수저론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실제 횟수는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수저론이 드라마틱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자라면서 '준비됨' 에 대한 정도가 실질적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 그걸 잡냐 못 잡냐의 차이일 뿐이지. 기다림만으로 공평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며,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다시,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공평하게 오는 게 맞다. 그런데, 오는 기회는 오는 기회라고 치고, 그 이상의 기회들을 찾아 사냥하러 밖에 나가 뛰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에 비해 몇 배의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다.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자 이야기이다.

 

누군가 어떤 기회를 독식하는 것 처럼 보인다면, '왜 내 인생은 이럴까, 기회가 오지 않을까' 를 한탄하고 있다면, 그 답은 굉장히 심플하다. 인생은 탑다운이 아니라 바텀업이다. 인간은 본래 세포 상태에서부터 발전하여 유기체가 되어가듯이, 당신의 인생 또한 소위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맨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이뤄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발전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사회 계급을 올리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쉬운 때가 지금이다. 수저론에 얽매여 백날 세상 탓 나라 탓 정부 탓 부모 탓해봐야 의미없다. 그럴 시간에 책을 한 권 더 읽는 것이 낫고, 쇼츠 릴스 볼 시간에 교육 컨텐츠를 봐야 한다.

 

혹자는 부모를 잘못 만났다고 말한다. 아니다. 적어도 당신은 길거리에 버려지지 않았다. 혹은 원치 않는 생명이 되어 세상에서 사라지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이 세상에 온전히 태어난 이상,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바꿀 힘이 있다. 단지 게으름과 두려움을 핑계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즉, 당신이 기회를 찾아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음의 발로이다. 경제활동, 커리어, 인간관계, 모든 것이 그렇다.

 

따라서, 다시 한 번,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가 사냥하러 나가 잡는 기회와, 알아서 내게 굴러오는 기회 둘 다 어쨌거나 능력이 있어야 하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시간을 갈고 닦아야 한다. 내가 보내는 시간들이 내 정신의 근육이 되어주도록, 그리고 내 마음의 기초체력이 되어주도록 스스로를 계속 수련하고 공부해야 한다. 여기서 공부라는 것은 지식의 습득과 더불어 실제 행동과 도전을 통해 얻어지는 '실패'를 이야기한다. 실패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충분히 실패해봤다' 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직 한참 덜 실패한 것이고, 실패가 두려운 자들은 삶을 바꿀 자격이 없다.

 

열심히 살았다 자부하는 이들이여, 아니다. 항상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고,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다. 세상은 큰 그림에서 보면 공평하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는 반드시 얻게 된다. 

 

공평하지 않은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프레임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의 삶을 바꿔내고 싶은 의지 때문이고, 우리는 그런 의지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 즉, 바텀업의 비밀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으로 아름답다 일컬어질 수 있다. 

 

 

 

 

#2에서 계속 -

keys: 기회는 무엇인가. 나 자신이 기회가 되어라. 기회를 흘려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