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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52

2023년의 생일은 댈러스 다녀와서 밀린 일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한밤중에 깨달은 건 '오늘이 내 생일이군' 이었다. 오피스 정리를 새로 하고,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들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에 다가온 생일인데, 때마침 새로운 러닝화를 샀기 때문에 그걸로 대충 셀프 생일선물이라고 치고. 미국 오고 나서는 별로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기대도 실망도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은 것은, 어차피 누군가의 축하를 받는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생각 때문이다. 아니, 이었다. 그리고 이 일시적이지만 잔잔한 기쁨은 아마 매년 경험하는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없을 수도, 아니 내후년도.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 시작은 12일부터였다. 이미 한국은 13일이.. 2023. 8. 15.
덜컹거리는 차의 낭만에 대하여 덜컹거리는 차를 타 본 적이 있는가. 방지턱을 넘을 때, 브레이크를 밟을 때, 그리고 다소 울퉁불퉁한 길을 갈 때. 애당초 차에 큰 욕심이 없는 나로서는 다소 황당한 상황을 마주하는 중이라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싶다. 다만 확실한 건 이게 받아들이기 나름으로 재밌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ㅎ) 내 차는 이제 어느덧 연식이 10년이 되신다. 2013년식 소나타로, 그래도 여전히 문제없이 충실히 내 발이자 이동식 사물함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내 모든 카메라 장비 및 조명장비, 스쿼시 및 테니스 라켓, 그리고 겟어웨이에 필요한 옷가지들이 트렁크에 들어 있고, 맥북 하나랑 아이디어 노트가 손이 닿는 거리에 포진해 있으며, 늘 제로콜라가 한 박스 실려있다. 이 차를.. 2023. 4. 25.
조던 피터슨이 말하는 DC 유니버스, 배트맨과 조커: 뛰어난 사람은 그림자를 경험한 사람이다. (feat. 조던 피터슨의 "The HERO should be a Monster") 마블과 DC 유니버스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히어로에 대한 고찰이다. 즉,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어두움, 그리고 악에 대하여 어떤 서사를 선택하는지에 대한 차이라 하겠다. 배트맨과 조커로 상징되는 선악의 대립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배트맨이 선이고 조커가 악이다 라고 말하기엔 DC가 제시하는 '다크 나이트' 라는 개념이 너무나도 방대하다. 여기엔 필요악과 필요선, 절대악과 절대선 같은 개념보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이 더 중시된다 하겠다. 조던 피터슨은 '정신적 성장' 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악한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그 다음으로 그 악함을 경험하고 내재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본질적 악함에서 버려야 하는 부분.. 2023. 3. 6.
깨달음이라는 착각, 그리고 그 함정에 대하여 본래 깨달음이란 사람마다 다르기에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지식의 편린을 몇 조각 얻었다 하여 현자처럼 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취하게 되는 것이 나르시시즘의 한 형태인데, 과거가 어두웠거나 불행했던 자들은 이 간극에서 길을 잃기 쉽다. 스스로를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검열하는 데에 철저한 사람이야' 라는 말에 갇혀 본인이 꽤나 깨어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잠식되는 탓이다. 이는 사랑이나 우정 같은 1차원적 인간관계보다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파괴적 X) 돌아볼 수 있을 때에 그 실마리가 보인다. 그러나 저들은 그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리라. 인간관계에서 셧다운과 허무주의의 차이를 모르며, 그 둘 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보이.. 2023. 2. 27.
조던 피터슨의 논의법 - 페미니스트 앵커와의 토론 내가 조던 피터슨을 알게 된 건 아마도 2017~2018년도 즈음일 것이다. 당시에 페미니즘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던 시기이고,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정작 정확히 알지 못하고, 논리의 부재와 맹점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한 채 다수의 물결에 경도되어 스스로를 잃어버렸던 시대라 칭하겠다. 더불어 남페미의 등장에 염증을 느끼던 무렵, 나는 아래의 영상을 접하게 된다. https://youtu.be/N7cf_DW5CQc 조던 피터슨을 아는 자라면 누구나 다 알 법한, 페미니스트 앵커 케이시 뉴먼과의 공개토론 영상이다. 내용이야 너무도 유명하고, 논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곳에서 많이들 했을 테니 굳이 반복하지는 않겠다. 다만 내가 이 당시의 조던에게서 얻은 지혜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 2023. 2. 27.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 출간기념 2022-2023 투어 조던 피터슨의 Beyond Order 출간기념 2022-2023 투어에 다녀왔다. 운좋게도 조던이 워싱턴주에 4일이나 머물렀고, 일요일 저녁 (2월 19일), 나는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시애틀 티켓은 진작 매진되서 여기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에버렛 (Everett) 티켓을 구매했다. 늘 이념과 사상에 대해 토론하는 친구녀석이 마침 생일이라 이 친구 티켓까지 내가 지불했다. 간략하게 느낀 바가 있어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생각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여기서 어리다 함은 10대를 뜻한다. 연령대는 10대부터 노인분들까지 다양했는데, 모두 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환호하고, 박수치고 소리지르며 나도 이 토크를 즐겼다 하겠다. 그리고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의 .. 2023. 2. 22.
2022년 결산 및 2023년 플랜 2022년 1월 4일에 세웠던 마일스톤을 되돌아보자. 1. 한국 방문 (비자갱신 및 행아웃) 2. 전자책 출간 및 연매출 지금보다 1.5배 달성 3. General Exam 4. 논문 섭밋하기 5. 영주권 진행 먼저 한국 방문. 성공적으로 잘 했다. 비자도 갱신했고 I-20도 1년 가량 연장했다. 이제 남은 건 박사를 마치는 것. 오랜만에... 4년만에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만났으며, 그리고 꼭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전자책 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게 되었다. 2022년은 연구에 좀 더 집중을 했어야 했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집필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다만, 컨설팅 사업은 작년의 두 배의 매출을 달성했다. 조금씩 몸집을 불릴 생각을 지.. 2023. 1. 6.
인생을 바꿀 지도 모르는 한 마디의 힘 이번 학기는 Microfluidics 클래스 하나를 맡아서 grader로 티칭을 했다. 이 분야의 나름의 파이오니어라 불리는 Dr. Albert Folch의 클래스로,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클래스였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재미있어서 놀람 반 즐거움 반으로 티칭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약간의 짜증스러움도 섞일 수 밖에 없었음은 당연하다. 어쨌거나, 유독 눈을 끄는 한 학부생이 있었다. (이제는) 좋은 의미로 말이다. 첫인상은 사실 썩 좋지 않았지만--전형적인 거들먹거리는 재미 한인 교포의 느낌이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마 아실 분들은 아실 거다--시간이 지나고 이 친구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굉장히 의외였다. 말투나 태도는 정말로 거만하고 교만한....도 아닌데, 이게 뭐라고 해야.. 2022. 12. 1.
우리가 집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 그리고 카페 홈 오피스라는 개념이 부쩍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은 팬데믹 이후부터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얼마나 일하기 좋은 환경을 집에 만드는지에 전념했고, 그 결고 이 '홈 오피스' 의 컨셉은 상당 부분 잘 자리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나 또한 여러가지 일을 새로 시작하면서 집에서 게이밍 머신으로 쓰던 컴퓨터를 놔두고 다른 오피스 셋업을 하나 더 만들었다. 엄청나게 큰 중고 모니터를 한 대 장만하고, 오로지 일만을 하기 위한 큰 책상을 마찬가지로 중고로 하나 구매했다. 새로이 비즈니스를 하나 시작했고, 이래저래 집에서 일하게 될 일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서 이렇게 만들어둔 것인데, 미팅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글을 쓰거나 일을 하는 경우가 정말 드물었다. 왜인지 알 수 없었다. 본래 계획은 눈뜨.. 2022. 11. 13.
코딩을 배우자 결과적으로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코딩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사실 더 일찍 했어야 하는데, 너무 게으르고 게으르고 게을렀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히 이 망할 게으름 때문에 언젠가 한 번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빡세게 문제가 되는 걸 보고 있자니 참으로 할 말이 없다. 사실상 코딩을 알았더라면, 게임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고, 데이터 분석 툴을 만들 수도 있었을테고, 연구에 도움이 되는 플랫폼도 여러 개 구비해둘 수 있었겠고,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 대로 코딩을 해서 프로그램을 만듦으로서 내 삶을 굉장히 편하게 만들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시작을 하니 다행이다. 40이 되서 시작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나. 어차피 99%의 사람들은 .. 2022. 10. 26.
내가 선택한 길 - 탁재훈 "최고의 딴따라" 탁재훈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딱 한 사람,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는 생각이 들게 했던 연예인이다. 나는 자기애가 강한 탓에, 보통은 누군가를 닮고 싶어하는 일이 없다. 연예인을 보고는 '저 사람의 좋은 점이 이러이러하니 본받아야겠군' 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그 사람 전체를 본받고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딱 한 번, 유일하게 탁재훈만이 내겐 그 모델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탁재훈을 좋아하게 된 건, 생각보다 제법 된 일이다. 지금 당장의 유머러스하고 재치있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혹은 상상플러스 시절의 소위 악마의 재능이라 일컬어지는 엄청나게 잘 날리던 때의 그의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그러나 내가 주목.. 2022. 7. 11.
30대 세 번째의 큰 목표 30대에 접어들면서 큰 목표와 작은 목표를 나누어 세웠었는데, 큰 목표중 세 번째를 달성했다. 첫 번째는 좋은 학교로 박사를 가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는 것이었고, 세 번째는 소나타를 사는 것이었다. 새 차라면 좋겠지만 중고도 별 상관없는, 대신 최소 YF 이상의 모델을 사는 것이었는데, 2013년식 YF 소나타를 최근에 에버렛의 한 딜러쉽에서 구입했다. 내가 이 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첫 번째 슈퍼비전 클러스터를 차용한 세대의 중형 세단이기 때문이고, 그만큼 디자인 및 기술적인 차원에서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덕이다. 외관 및 내부 모두 정말 날렵하게, 그리고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잘 빠졌다. 미국 모델의 특징이라면, 기본 트림부터도 모두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아마 장거리.. 2022.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