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들46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틈탈 때 (Tribute to J) 사람이 약해지면 당연하게도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휘말리게 된다. 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는 더 안 좋은 사이클로 들어갈 수도 있다. 약해지는 것은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이 있는데, 외적인 부분은 주로 나를 둘러싼 중요한 인간관계들로부터의 문제나 상처들이고, 내적인 부분은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부족을 인지하고, 그것이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을 때 엄습하는 감정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전파력이 강해서, 순식간에 내 정신을 장악해간다. 걱정으로 인한 불면증이 그 좋은 예시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그 흐름을 끊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쉽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정신이 육신을 지배하게 두지 않.. 2023. 10. 14.
오박사에 대하여: 서로를 기억할 때 오박사는 나와 함께 석사를 같은 랩에서 시작했던 나의 절친한 벗 중 하나이다. 아침 9시 반 출근 밤 11시 이후 퇴근이 규칙으로 정해져있던, 괴로웠던 랩 생활을 함께 이겨낸 전우이기도 한데, 우리는 퇴근을 하면 종종 같이 산책을 했었다. 때론 아무 말 없이 카이스트 교정을 한바퀴 돌거나, 아니면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둘 다 책을 좋아했기에 책 이야기를 나누거나 했던 기억이 있다. 나보다 세 살 가량 어린 친구였음에도 참으로 배울 것이 많았다. 우린 당시로서는 어린 나이였고, 살아온 날들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서로에게 수 많은 것을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나는 그가 나의 생일에 선물해준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 라는, 노란 색 표지의 책을 간직하고 있다. 문제는 작년에 한국에 갔다.. 2023. 10. 10.
사람에 대하여 - 사랑에 대하여 #2 #1. 아침 일찍, 친구가 법정스님의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라는 글을 보내줬다. 오래전 읽었던 글귀인데도 늘 읽을 때 마다 새롭다.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해봤다. 도대체 진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무엇 때문에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이 인연을 구분하는 방법을 오래간 생각했던 것 같은데, 결국 아직도 온전한 기준을 세우지는 못했다. 언젠가 고객 중 한 명이 한밤중에 내게 전화해 뜬금없이 연애이야기를 했었다. 유난히 내가 아끼던 고객이라 졸려 죽겠지만 딱 한 번만 짜증내고 들어줬다. 삶이 변화하는 시기에 끼인 연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였다. 생각보다 길게 통화를 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도달했던 결론은 악한 의도나 머리를 쓰지 말고, 선한 의도를 지닌 채로, 상대에 대한 사랑을 유지한 채로.. 2023. 10. 8.
죽음에 대하여 #1 #1. 한국을 오래간 떠나있으면 자연스레 정리되는 인연들이 있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내가 한국에 돌아간다면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겠지만, 막 내가 미국으로 넘어왔을 때 만큼의 커넥션은 앞으로도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늘 아침, 지인의 부고를 맞이했다. 이상한 시기이다. 조문 연락을 한 게 여름에만 벌써 두 건이었는데, 한 건은 지인의 동생, 또 한 건은 지인의 할아버님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본인상이다. 머리가 멍해졌다. 굉장히 가깝거나 친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갑작스레 떠나갔다는 것이 잘 다가오지 않는다. 본인상은 그렇다. 이 사람 전에 두 번의 본인상을 접했었는데, 둘 다 20대 초반에 겪었던 일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만 그 당시에도 믿기지 않는다.... 는 말을.. 2023. 10. 5.
지혜를 구하며 #1. 복잡한 마음이 들 때는 보통 하나의 사건이 트리거가 되어, 그것이 여러 가지의 연쇄작용을 거쳐, 한 바퀴 돌아 나에게 온다. 내 마음속의 여러 가지 작용과 충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역설적이게도 어느 순간 편안해짐을 느낀다. 만일 나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고통받는 것이 무의미하고, 내 능력 안의 일이라면 나는 반드시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올해의 키워드는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 이다. 화를 옮기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 논어를 처음 읽었던 것이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수업 과제였는데, 그로부터 15년여가 지난 지금, 조금 더 일찍 논어를 읽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하는 마음이 든다. 정제되지 않은 분노는 모든 일을 그르치고, 나와 상대를 동시에 상처입힐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 2023. 10. 4.
편견의 황홀함 편견은 얼핏 들으면 마냥 부정적인 단어로만 들리고, 실례로 그리 사용된다. 다만 편견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 리스크 관리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예외를 좋아하는 요즘 세태들에겐 듣기 유쾌하지 않은 말이겠지만, 애당초에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절대 다수의 평범/일반적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날 인간의 부류 또한 그러하기에, 우리는 예외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당연한 현명함을 지녀야 한다. 우리는 삶의 단계별로 여러 가지 편견에 마주하게 된다. 편견과 사실을 구분지을 능력이 없는 유아기부터, 에고가 형성되는 소년, 청년기를 거쳐 소위 말하는 30대가 되기까지. 그것이 나의 의지이든 무의식이든, 혹은 무의식보다 더 깊은 기저에 형성된 본능이든. 각자의 틀을 만들고 정.. 2023. 10. 3.
2023년의 생일은 댈러스 다녀와서 밀린 일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한밤중에 깨달은 건 '오늘이 내 생일이군' 이었다. 오피스 정리를 새로 하고,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들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에 다가온 생일인데, 때마침 새로운 러닝화를 샀기 때문에 그걸로 대충 셀프 생일선물이라고 치고. 미국 오고 나서는 별로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기대도 실망도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은 것은, 어차피 누군가의 축하를 받는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생각 때문이다. 아니, 이었다. 그리고 이 일시적이지만 잔잔한 기쁨은 아마 매년 경험하는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없을 수도, 아니 내후년도.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 시작은 12일부터였다. 이미 한국은 13일이.. 2023. 8. 15.
덜컹거리는 차의 낭만에 대하여 덜컹거리는 차를 타 본 적이 있는가. 방지턱을 넘을 때, 브레이크를 밟을 때, 그리고 다소 울퉁불퉁한 길을 갈 때. 애당초 차에 큰 욕심이 없는 나로서는 다소 황당한 상황을 마주하는 중이라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싶다. 다만 확실한 건 이게 받아들이기 나름으로 재밌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ㅎ) 내 차는 이제 어느덧 연식이 10년이 되신다. 2013년식 소나타로, 그래도 여전히 문제없이 충실히 내 발이자 이동식 사물함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내 모든 카메라 장비 및 조명장비, 스쿼시 및 테니스 라켓, 그리고 겟어웨이에 필요한 옷가지들이 트렁크에 들어 있고, 맥북 하나랑 아이디어 노트가 손이 닿는 거리에 포진해 있으며, 늘 제로콜라가 한 박스 실려있다. 이 차를.. 2023. 4. 25.
조던 피터슨이 말하는 DC 유니버스, 배트맨과 조커: 뛰어난 사람은 그림자를 경험한 사람이다. (feat. 조던 피터슨의 "The HERO should be a Monster") 마블과 DC 유니버스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히어로에 대한 고찰이다. 즉,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어두움, 그리고 악에 대하여 어떤 서사를 선택하는지에 대한 차이라 하겠다. 배트맨과 조커로 상징되는 선악의 대립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배트맨이 선이고 조커가 악이다 라고 말하기엔 DC가 제시하는 '다크 나이트' 라는 개념이 너무나도 방대하다. 여기엔 필요악과 필요선, 절대악과 절대선 같은 개념보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이 더 중시된다 하겠다. 조던 피터슨은 '정신적 성장' 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악한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그 다음으로 그 악함을 경험하고 내재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본질적 악함에서 버려야 하는 부분.. 2023. 3. 6.
깨달음이라는 착각, 그리고 그 함정에 대하여 본래 깨달음이란 사람마다 다르기에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지식의 편린을 몇 조각 얻었다 하여 현자처럼 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취하게 되는 것이 나르시시즘의 한 형태인데, 과거가 어두웠거나 불행했던 자들은 이 간극에서 길을 잃기 쉽다. 스스로를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검열하는 데에 철저한 사람이야' 라는 말에 갇혀 본인이 꽤나 깨어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잠식되는 탓이다. 이는 사랑이나 우정 같은 1차원적 인간관계보다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파괴적 X) 돌아볼 수 있을 때에 그 실마리가 보인다. 그러나 저들은 그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리라. 인간관계에서 셧다운과 허무주의의 차이를 모르며, 그 둘 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보이.. 2023. 2. 27.
조던 피터슨의 논의법 - 페미니스트 앵커와의 토론 내가 조던 피터슨을 알게 된 건 아마도 2017~2018년도 즈음일 것이다. 당시에 페미니즘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던 시기이고,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정작 정확히 알지 못하고, 논리의 부재와 맹점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한 채 다수의 물결에 경도되어 스스로를 잃어버렸던 시대라 칭하겠다. 더불어 남페미의 등장에 염증을 느끼던 무렵, 나는 아래의 영상을 접하게 된다. https://youtu.be/N7cf_DW5CQc 조던 피터슨을 아는 자라면 누구나 다 알 법한, 페미니스트 앵커 케이시 뉴먼과의 공개토론 영상이다. 내용이야 너무도 유명하고, 논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곳에서 많이들 했을 테니 굳이 반복하지는 않겠다. 다만 내가 이 당시의 조던에게서 얻은 지혜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 2023. 2. 27.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 출간기념 2022-2023 투어 조던 피터슨의 Beyond Order 출간기념 2022-2023 투어에 다녀왔다. 운좋게도 조던이 워싱턴주에 4일이나 머물렀고, 일요일 저녁 (2월 19일), 나는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시애틀 티켓은 진작 매진되서 여기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에버렛 (Everett) 티켓을 구매했다. 늘 이념과 사상에 대해 토론하는 친구녀석이 마침 생일이라 이 친구 티켓까지 내가 지불했다. 간략하게 느낀 바가 있어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생각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여기서 어리다 함은 10대를 뜻한다. 연령대는 10대부터 노인분들까지 다양했는데, 모두 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환호하고, 박수치고 소리지르며 나도 이 토크를 즐겼다 하겠다. 그리고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의 .. 2023.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