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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빌리 진 (Billie Jean) - 마이클 잭슨의 Last Dance "만약 직접 신을 보게 될 기회가 있다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당신은 이 세상의 비밀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의 출처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아니면 그냥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메시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우리는 삶에 반드시 위대한 스승이 필요하다" 라는 것. 댄서라면, 혹은 어떤 종류의 예술가로 스스로를 정의한다면, 분명히 어느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진보하지 못하는 시기를 분명히 경험해봤을 것이다. 누군가는 극복하고, 또 누군가는 그러지 못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 단계를 극복해내면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좌절하고 퇴보하거나 그만두게 된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예술가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있어, 비주얼 아트, 그림, 회.. 2023. 11. 5.
나의 음악이야기 #1. 왜 음악을 사랑하는가 #0. 언제나처럼의 일요일 저녁, 한주간 밀린 글들이랑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Kirkland 의 Thruline Coffee에 왔다. 이 시간이면 안쪽 테이블에서 라이브 음악이 들린다. 공연은 아니고 사람들이 종종 모여서 잼을 하는 세션인데, 예전에 몇 번 같이 합주했던 할아버지들은 요즘 안 보이고, 새로운 크루가 나타났다. 또 다른 백인 할아버지 3인방-- 기타, 첼로, 바이올린, 밴죠, 하모니카 등 레퍼토리가 엄청나게 다양하고- 곡들이 좀더 내 구미에 맞는 느낌이다. 열심히 듣다가, 너무 좋은 곡이 나와서 결국 못 참고 물어보고 만다. 그리고 내친 김에 나도 기타를 치는데 (아마추어지만) 다음부터 껴도 되겠냐 물어보고. 내일부터 종종 같이 연주를 하기로 했다. 너무너무너무 행복하다.. 2023. 11. 1.
관계의 스텝이 꼬이면 - get all tangled up #0. If you make a mistake, get all tangled up, just tango on. "실수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오." 영화 좋은 날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도 있고, 물에 흠뻑 젖어 최악인 날도 있다. 그리고 하루안에 그런 일들이 여러 번 뒤섞여 일어나기도 한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나빴다가 좋았다가. #1. 나에겐 오래된 친구가 있다. 박사과정을 함께 시작했고, 온갖 고생을 함께 겪었으며, 서로를 보살피고 챙기는 데 정성을 쏟았던, 그리고 정말로 순수하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우리는 분명 많은 트러블을 겪었다. 때론 민감한 이해관계 (논문 저자.......) 일 때도 있었고, 또 한편으론 정말 사소한 걸로 열을.. 2023. 10. 30.
비가 내리기 전에. 삶에 고달픔이 내리기 전에, 아직 맑은 날일 때 사랑하라 구름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되면 슬픔은 나를 이기고 기쁨은 나를 잊는다 비가 내리면, 네 고운 옷은 짐이 되고 못다한 말은 닿지 않아 아름다운 젊은 날 그 마음에 화사함으로 가득찬 맑은 날들에게 의미없는 시간을 선물치 말라 집 앞에 찾아 사랑한다 말하라 마음 앞에 다가가, 시리도록 당신을 생각했노라고 눈부신 당신이 내 마음에 가득했던 때, 전화를 붙잡고, 밝아가는 새벽을 멈추고 싶었다고 눈을 보고 노래하라 빗소리로 너의 노래가 사라지기 전에 마음을 두드려라 비가 그 길을 감추기 전에 구두를 신어라 비가 온다해도 전하라 신발이 젖어도 가라 꽃을 준비해라 손에 들린 꽃이라면 빗속에서도 바래지 않는다 그렇게 비가 오기 전에 빗소리에 삼키기 전에 사랑한다 .. 2023. 10. 26.
사랑에 대하여 #3 - 노력의 기적 #1. 친구가 8년 다닌 직장에서 이직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내 대학 생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친구인데,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간 멀어졌다가, 내가 한창 빠져있던 취미에 같이 발을 붙이고 나선 급격히 다시 가까워졌던 친구. 나와 기타부 생활을 같이 했던 대학 동기이다. 그리고 이 친구를 떠올릴 때마다 함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2. 예전 일기장들을 읽어보다가 흥미로운 소재가 떠올랐다. 벌써 10년도 더 된, 전역 후 복학해서 대학교 다니다가 만났던 나의 예전 연인 A가 했던 이야기. "사랑의 가장 위대한 점은 변한다는 거야." 나보다 5살이나 어린 사람이었는데, 그 나이에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특히 20대 초중반의 5년은 엄청난 차이라는 걸 우린 모두 알고.. 2023. 10. 24.
좋은 인연, 좋은 사람 오랜 친구와,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보냈다. 내가 이곳에 처음 정착해서 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던 때에,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지나가며 툭 던졌던 친구, 그를 통해 연이 깊어졌고,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었다고 하니까 뭔가 과거형같군. 아무튼 그런 사람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고.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그녀를 통해서 상당 부분 나의 새로운 결핍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 덕에 지금의 내 모습이 있기까지 제법 많은 기여를 했다 하겠다. 여러모로 참 특이한 양반이기도 하고, 나름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사람.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 우리는 30대 초입에 들어서서 앞자리가 바뀐 것이 뭔 느낌인가를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예전에는 둘 다 별.. 2023. 10. 17.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틈탈 때 (Tribute to J) 사람이 약해지면 당연하게도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휘말리게 된다. 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는 더 안 좋은 사이클로 들어갈 수도 있다. 약해지는 것은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이 있는데, 외적인 부분은 주로 나를 둘러싼 중요한 인간관계들로부터의 문제나 상처들이고, 내적인 부분은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부족을 인지하고, 그것이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을 때 엄습하는 감정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전파력이 강해서, 순식간에 내 정신을 장악해간다. 걱정으로 인한 불면증이 그 좋은 예시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그 흐름을 끊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쉽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정신이 육신을 지배하게 두지 않.. 2023. 10. 14.
오박사에 대하여: 서로를 기억할 때 오박사는 나와 함께 석사를 같은 랩에서 시작했던 나의 절친한 벗 중 하나이다. 아침 9시 반 출근 밤 11시 이후 퇴근이 규칙으로 정해져있던, 괴로웠던 랩 생활을 함께 이겨낸 전우이기도 한데, 우리는 퇴근을 하면 종종 같이 산책을 했었다. 때론 아무 말 없이 카이스트 교정을 한바퀴 돌거나, 아니면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둘 다 책을 좋아했기에 책 이야기를 나누거나 했던 기억이 있다. 나보다 세 살 가량 어린 친구였음에도 참으로 배울 것이 많았다. 우린 당시로서는 어린 나이였고, 살아온 날들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서로에게 수 많은 것을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나는 그가 나의 생일에 선물해준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 라는, 노란 색 표지의 책을 간직하고 있다. 문제는 작년에 한국에 갔다.. 2023. 10. 10.
취약성 Vulnerability - by David Whyte 2023년 10월 8일 아침으로부터. Vulnerability is not a weakness, a passing indisposition, or something we can arrange to do without, vulnerability is not a choice, vulnerability is the underlying, ever present and abiding undercurrent of our natural state. To run from vulnerability is to run from the essence of our nature, the attempt to be invulnerable is the vain attempt to become something we are not an.. 2023. 10. 9.
사람에 대하여 - 사랑에 대하여 #2 #1. 아침 일찍, 친구가 법정스님의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라는 글을 보내줬다. 오래전 읽었던 글귀인데도 늘 읽을 때 마다 새롭다.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해봤다. 도대체 진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무엇 때문에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이 인연을 구분하는 방법을 오래간 생각했던 것 같은데, 결국 아직도 온전한 기준을 세우지는 못했다. 언젠가 고객 중 한 명이 한밤중에 내게 전화해 뜬금없이 연애이야기를 했었다. 유난히 내가 아끼던 고객이라 졸려 죽겠지만 딱 한 번만 짜증내고 들어줬다. 삶이 변화하는 시기에 끼인 연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였다. 생각보다 길게 통화를 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도달했던 결론은 악한 의도나 머리를 쓰지 말고, 선한 의도를 지닌 채로, 상대에 대한 사랑을 유지한 채로.. 2023. 10. 8.
죽음에 대하여 #1 #1. 한국을 오래간 떠나있으면 자연스레 정리되는 인연들이 있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내가 한국에 돌아간다면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겠지만, 막 내가 미국으로 넘어왔을 때 만큼의 커넥션은 앞으로도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늘 아침, 지인의 부고를 맞이했다. 이상한 시기이다. 조문 연락을 한 게 여름에만 벌써 두 건이었는데, 한 건은 지인의 동생, 또 한 건은 지인의 할아버님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본인상이다. 머리가 멍해졌다. 굉장히 가깝거나 친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갑작스레 떠나갔다는 것이 잘 다가오지 않는다. 본인상은 그렇다. 이 사람 전에 두 번의 본인상을 접했었는데, 둘 다 20대 초반에 겪었던 일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만 그 당시에도 믿기지 않는다.... 는 말을.. 2023. 10. 5.
지혜를 구하며 #1. 복잡한 마음이 들 때는 보통 하나의 사건이 트리거가 되어, 그것이 여러 가지의 연쇄작용을 거쳐, 한 바퀴 돌아 나에게 온다. 내 마음속의 여러 가지 작용과 충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역설적이게도 어느 순간 편안해짐을 느낀다. 만일 나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고통받는 것이 무의미하고, 내 능력 안의 일이라면 나는 반드시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올해의 키워드는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 이다. 화를 옮기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 논어를 처음 읽었던 것이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수업 과제였는데, 그로부터 15년여가 지난 지금, 조금 더 일찍 논어를 읽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하는 마음이 든다. 정제되지 않은 분노는 모든 일을 그르치고, 나와 상대를 동시에 상처입힐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 2023. 10. 4.